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
“관계 개선 좋은 기회 될 수 있다”
아베 담화내용 언급 수위 낮춰
일본에 AIIB 부총재 물밑 제안도
외교 삼국지, 한국만 외톨이 우려
리 총리의 FT 인터뷰 발언은 지난 3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의 답변보다 발언 수위가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오는 9월 중국의 군사퍼레이드가 일본인의 대중 감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아사히신문 기자의 질문에 리 총리는 “올해는 중·일 관계의 시험대이자 기회”라며 “일본 지도자가 역사를 바로 본다면, 그리고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중·일 관계의 개선과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당시에도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전 세대가 창조한 성취를 계승하는 것은 물론 그 죄와 역사적 책임도 마땅히 짊어져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중국이 지난해 외교 정책을 온건하게 ‘리셋’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 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가 15일 발표한 ‘중국의 외교 정책 리셋 해설’이란 보고서를 통해서다. 리 총리의 대일 유화 발언도 이 같은 ‘정책 리셋’ 맥락에서 나왔다는 논리다. 프랑수아 고드몽 박사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본을 장기적인 경쟁 상대로 남겨놨다”며 “대신 중국은 경제 레버리지에 초점을 맞춰 주변국과 윈-윈 전략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초 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격) 산하의 연구기관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정책 좌담회를 갖고 최근 수년간 이어온 갈등 유발 행동 대신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에 경제적으로 접근한다는 새로운 컨센서스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우선론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일본을 창립회원국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수석부총재 자리와 이사직을 제안했다”는 지난 14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올 1월 일본의 비자 완화 정책으로 최근 중국인의 일본 여행이 급증했다”며 “중·일 관계의 변화 추이를 주목하지 않으면 한·중·일 외교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