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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교육부 직원 수사, 장·차관은 책임 없나

중앙일보 2015.04.17 00:07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중앙대 특혜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만간 박 전 수석을 소환조사할 모양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2월부터 2013년 초까지 재임하는 동안 자신이 총장을 지낸 중앙대에 특혜를 주도록 교육부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의 기획조정실장과 대학지원실장, 대학선진화관 등도 박 전 수석에 앞서 줄줄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수석이 실제로 직권을 남용했는지는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외압 의혹이 불거진 이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박 전 수석과 관련한 의혹 중엔 불가능하던 중앙대 본교와 분교의 통합이 교육부가 관련 규정을 바꿔줘 가능해졌다는 게 있다. 당시 업무를 담당한 교육부 공무원들은 검찰에 불려갔는데 부처의 책임자였던 당시 장·차관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사립대 본교·분교의 통합을 허용하는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2011년 3월 23일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의 주체는 당연히 장관이다.



 당시 교육부 수장이던 이주호 장관과 박 전 수석은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박 전 수석이 중앙대 관련 민원을 거의 강요하다시피 한다고 장관이 사석에서 토로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불화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이 박 전 수석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아 마찰이 빚어졌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총괄했던 ‘서슬 퍼런’ 장관의 뜻을 무시하고 교육부 관료들이 민감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중앙대 본교·분교 통합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끝까지 반대하던 교육부 담당 과장과 서기관이 나중에 지방으로 전근간 것을 두고도 ‘보복 인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외부에서 입김을 넣었는지는 모르지만 교육부 직원의 인사 역시 장·차관이 결정하는 사안이다. 박 전 수석이 직권을 남용했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직접적인 기관은 교육부다. 이 전 장관과 당시 차관들은 그 피해를 증언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검찰이 참고인 자격으로라도 이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 실세 수석의 비리 의혹 사건은 그 실체 못지않게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홍보처에서 일한 한 간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보고에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그런 자세로 일하다간 언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지 모른다. 청와대 수석이 은근히 요구하는 민원이 있더라도, 장·차관이 못본 체하는 민원이 있더라도 앞으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니 잘 판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공무원에게 영혼을 되찾아주는 아이러니를 낳을지도 모르겠다.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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