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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ech NEW trend] 아웃도어 땀내, 이젠 아웃

중앙일보 2015.04.17 00:05 경제 2면 지면보기


아웃도어 시장에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장이 정체기로 접어들면서 차별화된 기술이 아니면 생존이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노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VX(버티컬 엑설런스) 충전재는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빨래’에 있다. 오리털이나 거위털 점퍼는 따듯하지만 습기와 수분에 약하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따르면 오리털 점퍼를 물세탁할 경우 새 옷에 비해 보온력이 1%가 감소했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경우에는 12%가 감소한다. 박연상 노스페이스 과장은 “오리털은 물빨래만 꾸준히 하더라도 보온력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진화하는 야외활동 용품
중창에 구멍, 통풍 강화한 등산화
성분 감지 원단, 땀 내보내는 재킷
모세관 현상 이용, 습기 없는 셔츠
물기에 강한 인공 충전재 개발도



컬럼비아 벤트레일리아 등산화. 창에 구멍을 내 통기성을 높였다.
 VX소재는 이를 보완한 인공 소재다.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 가볍지만 거위털급의 보온성을 유지한다. 자주 빨래를 해도 보온력 저하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배드민턴 국가대표인 이용대 선수가 야외 훈련 때 VX 소재로 만든 옷을 입는 이유다.



 통풍과 배습은 모든 아웃도어 의류가 강조하는 포인트. 살로몬 아웃도어의 ‘프리미엄 모션 핏 재킷’은 이슬 한 방울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이 제품은 일본 도레이가 개발한 ‘더미작스(Dermizax)’ 소재를 사용했다. 멤브레인(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얇은 막) 구조로 만들어진 더미작스는 소재는 투습성이 높고, 땀이 흘러내려 옷 내부에 이슬처럼 맺히는 현상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결로(結露) 현상’이라 불리는 이슬 맺힘은 흔히 겨울철에 실내 온도와 바깥 온도의 차이가 많이 날 때 생긴다. 선선한 날씨에 등산을 하는 사람의 신체 역시 마찬가지의 이치다.



 근거리무선통신(NFC)·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옷도 있다. K2의 ‘EXM 아쿠아벤트 2L 재킷은 칩이 내장돼 있다. 조난 등 위기 상황시 휴대전화를 재킷의 K2 로고에 갖다 대면 사전에 저장된 연락처로 위치와 구조 메시지가 전송된다. 이동통신사와 계약에 따라 20건에 1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휴대전화의 NFC와 GPS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티셔츠에서도 첨단 기술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점퍼를 입더라도 몸과 밀착해 있는 셔츠의 통풍이나 방습 기능이 떨어진다면 땀에 쩔어 찝찝한 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랙야크의 B3XN2티셔츠는 모세관 현상에서 착안한 것이 특징이다. 땀 흡수가 잘 되는 것은 물론 빨리 마른다. 블랙야크 박정훈 상품기획부장은 “재킷이 통풍이 잘 되더라도 내부 티셔츠에 땀이 맺힌다면 야외 활동에서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봄철 산행에서 체온을 적절히 유지시켜줄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의 아그라빅 티셔츠도 산악인들의 테스트를 거쳐 착용감과 수분 배출력 등을 조절해 출시됐다. 아디다스 측은 “여러 겹의 천으로 만든 제품들과 달리 단 한 장의 원단으로 만들어 매우 가벼우면서도 통풍 등 기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발바닥의 열기를 빼고 편안한 산행을 유도하기 위한 등산화도 있다. 컬럼비아는 아예 거미줄처럼 구멍이 송송 뚫린 중창을 적용한 트레일화 ‘벤트레일리아’를 내놨다. 운동 매니어라면 누구나 느낄 ‘발의 후끈거림’을 줄이기 위해서다. 발바닥이 뜨거워 지는 것은 발과 신발의 마찰이나 발에서 나는 열기 등으로 신발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벤트레일리아에 적용된 신발 중창은 100여 개의 공기 구멍으로 신발 밑창 주위의 열을 배출한다. 밑창도 한강 교량 모양으로 구멍이 송송 나 있으며, 운동화 윗부분에도 메시(Mesh) 소재를 써 통기성을 극대화했다.



노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인공 충전재 VX(버티컬 엑설런스).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거위털 수준의 보온성을 유지한다. 오리털·거위털과 달리 자주 빨래를 해도 보온력 저하가 거의 없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첨단 소재 경쟁에 들어간 것은 주춤하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면 기능적으로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지만, 제작과정에서 디자인의 변화를 다양하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화 밀레 이사는 “그동안 출시된 등산복은 소재나 부자재 활용 등 디자인의 폭이 제한적이었다”면서 “자체 개발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이키도 격렬한 운동을 하고 온 뒤 다시 회사로 돌아와 업무를 볼 수 있는 ‘드라이핏 니트’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신축성 있는 소재와 기성복에 못지 않은 디자인으로 출근 복장으로도 인기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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