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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심 없다는 김기춘 전 실장 왜 거짓말 했을까

중앙일보 2015.04.17 00:03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동안 주장과 달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만났던 사실이 본인 입으로 드러났다. “2013년 11월 6일 충청권 의원 4명과 함께 성 전 회장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고 시인한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성 전 회장은 그 두 달 전인 2013년 9월 4일과 5일에도 김 전 실장을 만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워크아웃을 막으려고 권력 실세들에 전방위 로비를 벌이던 시점이었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비서실장이 된 뒤(2013년 8월 5일)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힘줘 말해왔다. 그러나 본지가 성 전 회장과의 만찬 사실을 폭로하자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억을 되살려 보니 착각했던 것 같다”며 말을 뒤집었다. 9월 4, 5일 성 전 회장과의 회동 여부에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진 않다”고 했다. 독대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도 “없다는 건 아니고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고 수재의 한 명이란 그의 기억력이 이렇게 형편없다니 의아하다. 성 전 회장과 만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에둘러 말한 게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에게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공직자로서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해왔다. 그런 그가 기본적인 팩트부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국민은 배신감을 넘어 경악할 수밖에 없다. 김 전 실장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실세 중 실세였다. 박 대통령은 그가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아무 사심 없는 분”이라며 감싸왔다. 그런 만큼 김 전 실장의 거짓말은 대통령의 공신력을 무너뜨리고 정권의 기반까지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일탈 행위다. 이완구 총리의 거듭된 말 바꾸기에 이어 김 전 실장까지 거짓말 릴레이에 합류하면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해명은 신빙성을 크게 잃게 됐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의 1억원 수뢰 여부에 앞서 그가 거짓말한 배경이 뭔지, 또 다른 거짓말은 없는지부터 철저히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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