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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내수 주도 성장 전략은 환상이다

중앙일보 2015.04.17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수출 둔화세가 심상찮다. 나라 안에서는 수출과 내수 사이 상관관계가 없다며 아예 내수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목소리도 많다. 물론 내수를 일으키기 위해 서비스 산업을 개방하는 건 한국 경제 특성 상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 7대 수출 강국’이면서 독일·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고른 산업기반을 갖춘 우리 나라가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추구한다는 건 핵심을 빗나간 논의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일본, 서비스 산업을 바탕으로 한 미국·영국의 사례는 국내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불과 10여 년 전 독일은 높은 실업률과 무기력한 성장에 허덕이는 ‘유럽의 병자’였다. 경제학자들은 지금 우리나라처럼 서비스산업 중심 성장을 ‘처방전’으로 내밀었다. 스페인·아일랜드 등이 세계적 신용팽창에 힘입어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승승장구하는 시절이었으니 독일은 기계에 집착하는 ‘올드 보이’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관광이나 서비스산업으로 먹고 살았던 스페인·아일랜드·그리스 등이 경기침체의 터널에서 머무는 동안 독일은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경쟁력이 부활한 제조업 덕분에 다시 유럽의 패권국으로 자리잡았다.



 미국과 영국은 어떤가. 일찍이 ‘탈 산업화’에 들어섰던 두 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과 지식서비스산업을 키웠지만 제조업의 쇠퇴로 엄청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경제 대국들의 사례를 지켜보면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은 제조업 육성을 통한 수출 증대에 기반한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인구 5000만 명에 불과한 우리 내수시장과 인구 73억 명의 글로벌 시장을 생각해 보면 정책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더욱 분명하다.



 우리 경제는 이제 ‘강한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증가율이 대기업을 앞서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나라의 중소 중견기업중 독일의 ‘히든 챔피언’에 필적할 만한 곳이 10여 개에 불과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중국 등 신흥국 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섬세함과 혁신성을 갖춘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또 ‘기업가 정신’을 재충전해야 한다. 미국·영국은 물론 중국도 창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한해 29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있다. 우리도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 벤처 캐피털 활성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이 한데 어우러진 한데 혁신적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과감한 대외 개방에 나서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메가 FTA에 참가함으로써 개방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



 사실 근래들어 찾아온 한국 경제의 수출 부진은 세계경제의 저성장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 속에서 내수주도 성장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경고다. 경쟁을 피해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갈 수는 없다. 수출이 어려울수록 다시 수출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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