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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차 직원에 통상임금 확대하자 월급이 296만원 → 399만원으로

중앙일보 2015.04.17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올 들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진작을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년연장에다 통상임금이 확대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확 불어났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노무담당자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서 임금이 10% 이상 자동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얘기다.


강소기업 생산직에 적용했더니
“임금 부담 커져 신규 채용 못해”



 그렇다면 통상임금 확대로 실제 근로자의 월급봉투는 얼마나 두툼해졌을까. 중앙일보와 경총이 화학업종의 강소기업인 A사 생산직 직원(11년차)의 임금을 뜯어봤다. 이 직원이 지난해 받은 월평균 임금은 296만5117원이었다. 통상임금에다 상여금, 가족수당, 근속수당, 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과 같은 수당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그런데 올해 이 근로자의 월급은 399만8807원으로 34.9%나 불어났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던 상여금 670%와 근속수당, 자격수당이 기본급에 포함된데다 토요일 근무(4시간)를 휴일근무로 처리하면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연장근로수당이 확 늘었다. 연차수당도 덩달아 총액 임금대비 2.6% 올랐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인상된 임금만 월 61만3675원(20.7%)이다. 여기에다 노사합의로 근속수당이나 가족수당을 추가로 인상했다. 퇴직금이나 사회보험료와 같은 간접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걸 합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더 늘어난다.



 이 회사 임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것 만으로도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올해 임금협상을 어떻게 진행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해외 공장과 인건비 차이가 너무 난다. 현재로선 이런 부담을 덜어낼 방법이 없어 올해부터 일부 라인을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10여개의 생산공장 설비를 확장해 총물량을 맞출 계획이다.



 이러다 보니 올해 이 회사는 국내 신규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경영수지를 감안해 총인건비를 맞추기 위해서다. A사만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다. 경총이 100인 이상 3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인력 채용동태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300인 이상)은 지난해 0.4% 증가에서 3.4%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소기업은 6.5%나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줄였다.



 경총 임영태 경제조사1팀장은 “통상임금 확대만으로도 인건비 부담이 이렇게 크게 증가하는데 정년연장과 근로시간 단축이 예정된 내년부터는 말 그대로 임금폭탄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이지만(경제학) 교수는 “이른 시일 안에 정부가 통상임금이나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과 같은 3대 경영불확실 사안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 내수진작과 청년실업 완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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