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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의 아웃사이더] 유대인 부모의 교육

중앙일보 2015.04.16 10:54
유대인들은 어려서부터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즐긴다. ‘하브루타’라고 불리는 이 교육은 2~3명씩 짝을 이뤄 토론과 논쟁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 수업은 항상 시끄럽고 왁자지껄하다.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다.




유대인의 부와 국제적인 명성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5%(1400여 만명)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벨상 수상자 중 20% 가량이 유대인일 정도로 정치·경제·금융·법조·언론·예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들이 이룬 성취는 놀랍다라는 표현 외엔 딱히 적당한 설명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죠. 대학 진학률도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전 세계 550여 개 대학을 포괄하는 유대인 대학 조직인 힐렐(hillel)의 발표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8곳(하버드·예일·프린스턴·콜럼비아·다트머스·펜실베이니아·코넬·브라운)의 재학생 중 유대인 학생 비율은 평균 23.6%에 달했습니다. 하버드·펜실베니아대는 30%가 유대인이라고 합니다.



유대인이 지능적으로 더 뛰어난 것일까. 많은 교육학자들은 그들의 교육 방식에서 답을 찾습니다. 흔히 유대인의 교육 방식을 ‘하브루타’라고 부르는데, 이는 짝지어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말합니다. 유대인은 유독 논쟁과 토론을 좋아하는 민족입니다. 옆에서 구경하면 마치 싸움이라도 붙은 양 격렬하게 토론한다고 합니다. 지혜를 추구할 때 조용함은 겸손이 아니라 죄라고 불릴 정도랍니다. 모르는 것은 반드시 질문하고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고합니다.



한 번은 유대인 교육 전문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가 설명해준 미국 유대인 학교의 모습은 신선했습니다. 특히 도서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도서관하면 조용히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유대인 학교의 도서관은 항상 시끌시끌하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여 난상토론이 붙는 바람에 도서관이 조용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유대인에게 토론과 논쟁은 특별한 교육이 아닌 삶의 한 방식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유대인 부모의 교육 철학 또한 남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국 학교에서 유대인 부모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은 한국 엄마 뺨 칠정도로 대단하다고 합니다. 교육열하면 한국 엄마인데, 한국 엄마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성적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한인타운 인근 행콕파크(hancock park)에 있는 3가 초등학교(Third Street Elementary) 교장을 20년 넘게 맡고 있는 수지 오 교장을 2년 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8학군이 있다면 LA 한인타운엔 3가 학군이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현지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초등학교 중 한 곳입니다. 3가 초등학교는 한인이 절반, 유대인이 30% 가량 됩니다.



한국 부모와 유대인 부모가 무엇이 다른지 물었습니다. 수지 오 교장은 “한인 부모는 성적을 가장 먼저 묻는 반면 유대인 부모는 학교의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를 따진다”고 답했습니다. 수지 오 교장은 매일 수십 통의 문의 메일을 받는데, 한인 부모는 주로 자기 자녀와 관련된 문의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성적 관련 문의죠. 반면 유대인 부모는 학교 전체에 관심을 둔다고 합니다. 내 아이와 연관된 일이 아니더라도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방향과 관련해 다양한 문의를 합니다. 예체능 교육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라던가, 교사진의 전체적인 수준을 어떻게 끌어 올릴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수지 오 교장은 “유대인 부모는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방향, 교사진의 수준, 학교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질 등 학교 전체를 바꿔야 내 아이도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고 설명합니다. 유대인 부모는 수시로 학교를 찾아 상담을 받고 수업에 참관합니다. 부모가 깐깐한 감시자 역할을 하는거죠.



특히 상급학교를 고를 때 한국 부모와 유대인 부모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한국 부모는 좋은 학교 진학률이 얼마나 되는지만을 보는 반면 유대인 부모는 자녀를 진학시킬 학교 후보지 수십 곳을 골라 일일이 방문해 본다고 합니다. 교장과 교사를 만나고 수업을 참관하면서 특징과 장점을 미리 파악해두기 위해섭니다. 심지어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학교를 찾아와 상담받는 유대인 부모도 있습니다. 단순히 성적만 좋은 학교를 찾는 게 아니라 아이를 정성껏 보살피고 적성을 살릴 수 있는 학교인지를 살펴봅니다. 공부뿐 아니라 사회성·인성을 두루 길러줄 수 있는 학교를 선호한다는 겁니다. 어쩌면 유대인 교육의 가장 큰 강점은 ‘성적=성공’이라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의 적성을 살려 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강남통신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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