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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최정, '천적' 위즈잉 꺾고 한국 우승 이끌다

중앙일보 2015.04.16 00:41 종합 21면 지면보기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 여류 국가 대항전에서 한국팀이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정 5단. “한국 랭킹 1위로서 국가 대표팀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기원]


최정(19) 5단이 한국 여자바둑의 자존심을 지켰다. 최5단은 10일 중국 장쑤(江蘇)성 장옌(姜堰)시에서 열린 제5회 황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 단체전 제13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위즈잉(於之瑩·18) 5단을 159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꺾으며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최5단은 2013년 제3회 대회에서도 3연승하며 한국의 우승을 확정한 바 있다.

여바둑 단체전 ‘황룡사쌍등배’ 제패
부담감 없이 편하게 둬 승리 얻어
여자바둑도 중국엔 절대 안 밀려
남녀 통합 세계대회 우승 부푼 꿈



 최5단이 출전하기에 앞서 한국 대표팀은 첫 주자 오정아 2단이 5연승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중국의 쑹룽후이(宋容慧) 5단이 오5단을 꺾고 5연승을 거두며 전세가 역전됐다. 이때 나선 최정 5단은 쑹5단의 연승을 저지한 데 이어 중국의 차오유인(曹又尹) 3단, 위즈잉 5단을 꺾으며 세계 여류 최강임을 입증했다.



위즈잉
 - 이번 대회 전까지 위즈잉과의 승률이 1승6패였다. 심리적 부담은 없었는지.



 “그동안 위즈잉에게 계속해서 지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된 게 사실이다. 이번에도 패배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이번 판을 이기면 우리나라가 우승할 수 있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국가대표 랭킹 1위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에 지지 않고 편하게 두려고 노력했고, 그런 부분이 승리로 이어졌다.”



 - 위즈잉과의 대국에서 그동안 승률이 좋지 않았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둑을 서두르다 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내가 위즈잉을 이기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 실력 차가 있다고는 못 느꼈다. 다만 나이 어린 기사와의 대국에서 한 번 지기 시작하니 점점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졌다(위즈잉은 최정보다 한 살 어리다). 매스컴에서 위즈잉과 내가 라이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더 의식이 되기도 했다.”



 - 과거 위즈잉에게 1승 한 대회도 황룡사쌍등배다. 이 대회에서 컨디션이 좋은 편인지.



 “체력이 약한 편이라 세계대회에 나가면 힘들다. 특히 차를 오래 타면 멀미가 심해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통 다른 대회는 중국에 간 다음날 바로 바둑을 둬서 집중하기 어려웠다. 황룡사쌍등배는 연승전이라 앞에 다른 선수들이 대국을 하는 동안 며칠 쉴 수 있었다. 컨디션이 회복되고 난 뒤 대국을 하니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 같이 출전한 한국 대표팀 분위기는 어땠나.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저녁에 같이 모여서 그날 대국을 복기하고 다음날 둘 바둑을 연구했다. 쉴 때면 카드 게임을 하고 수다도 떨면서 긴장을 풀었다. 여럿이 함께 있는 게 마음 편하게 대국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승리의 기쁨을 팀원들과 같이 나누는 게 정말 멋지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



 - 한국 여류 랭킹 1위다. 상대하기 제일 어려운 여자 선수 한 명을 꼽자면.



 “바둑은 둘 때마다 달라져서 누구를 만나도 쉽지 않다. 그래도 위즈잉 5단이 제일 어렵다. 위즈잉과는 앞으로도 세계 대회에서 많이 만날 테니 계속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 것 같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이기면서 조금 자신감을 얻었다.”



 - 국내에서 강적인 여자 선수는 누구인가.



 “후배 기사들이 모두 다 부담스럽다. 아무래도 나보다 어리면 내가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아서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지면 언니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점도 있다. 후배들은 앞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보니 더 의식하게 된다.”



 - 이번 대회를 통해 한·중 대항전의 미래를 점쳐 보자면.



 “앞으로도 우리가 밀리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 바둑 꿈나무가 많지 않다는 건 위태로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잘 두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절대로 중국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물론 남녀 통합 기전에서 말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최정 5단=1996년 출생. 2010년 입단, 2014년 5단으로 승단. 제13·14·15기 STX배 여류명인전 우승, 제3회 황룡사쌍등배 3연승으로 한국 우승, 제5회 궁륭산병성배 우승, 제59기 국수전 본선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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