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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69m까지 날아가 … 종이비행기 월드컵도 열려요

중앙일보 2015.04.16 00:20 종합 26면 지면보기



내달 8~9일 오스트리아서 대회
멀리·오래날리기·곡예 3종목 겨뤄
한국대표 선발전 1600여 명 참가
37.61m 날려보낸 대학생 등 뽑혀









누구나 한 번 쯤은 바람 부는 날 종이비행기를 날려봤을 게다. 그런데 ‘종이비행기 날리기’도 엄연한 스포츠라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선 종이비행기 날리기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다음달 8~9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레드불 페이퍼 윙스 월드 파이널’에 참가할 한국 대표를 뽑는 자리였다. 71개국 3만여 명이 출전하는 이 대회는 3년마다 잘츠부르크에 위치한 에너지 음료회사 레드불의 격납고에서 열린다. 2006년 48개국 9500명이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2년에는 각각 83개국 3만7000명이 출전했다. 올해가 4회째다.



한국대표 선발전 우승자들. 왼쪽부터 이승훈(곡예비행), 이정욱(오래날리기), 김영준(멀리날리기).
 한국대표 선발전에는 1600여 명이 참가했다. 8차례 예선을 거친 58명이 최종 결승에 나서 각종 묘기를 선보였다. 종이비행기가 공중에서 큰 원을 몇 바퀴나 그리는가 하면 경기장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쏜살처럼 날아가자 관중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는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에서 ▶멀리날리기▶오래날리기▶곡예비행 등 3종목에 걸쳐 열린다. 멀리날리기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야 하기에 비행기 모양이 뾰족하고 날개가 작은 ‘다트’ 형태다. 하늘을 향해 45~48도 각도로 날려야 멀리 날아간다.



 멀리날리기 기네스북 기록은 69.1m로 2012년 미국 지역방송국 PD 존 콜리스가 작성했다. 콜리스는 일본식 종이공예 기술과 공기역학을 3~4년간 연구한 끝에 종이비행기를 완성했다. 어깨 힘이 부족했던 콜리스는 미식축구 쿼터백 출신 조 예욥을 영입해 팀으로 세계기록을 세웠고 기네스북에 공동 등재됐다.



 오래날리기는 긴 시간 체공을 해야 하므로 비행기 날개가 크고 넓적한 형태다. 천장을 향해 거의 수직에 가까운 70~80도로 종이비행기를 쏘아 올린다. 기네스북 기록은 27.9초로 2009년 도다 다쿠오 일본종이비행기협회 회장이 작성했다.



 곡예비행은 비행 기술과 창의성,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종합 평가하는 종목이다. 각 참가자는 심사위원 앞에서 1분 동안 비행기를 날린다. 종이의 질이나 크기, 만드는 방법, 던지는 자세 등에 제한이 없다.



 오래날리기 부문에선 국내 챔피언인 이정욱(28·서강대 신문방송학과)씨가 14.19초로 우승했다. 멀리날리기는 첫 참가한 김영준(24·중앙대 체육교육과)씨가 37.61m로 정상에 올랐다. 곡예비행 부문에서는 드라큘라 백작 복장을 하고 나온 이승훈(24·동국대 전기전자공학부)씨가 1등을 차지했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엔 별도의 상금이 없다. 우승자에겐 오스트리아 세계 대회 참가비를 지원하고, 알프스 산맥에서 실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특전을 준다. 이정욱씨는 휴학을 하고, 새벽까지 종이비행기를 날린 끝에 오래날리기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자신의 종이비행기에 ‘버드맨(Birdman)’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이정욱씨는 종이비행기를 잘 날리기 위해 철봉에 고무줄을 걸어놓고 잡아당기는 어깨 운동도 한다.



 이정욱씨는 “경북 상주 시골마을 출신이라 공책을 찢어 종이비행기를 만들며 놀았다. 평소 공기역학 등에 관심이 많아 모형비행기 대회에 출전하다가 2013년 코리아컵 종이비행기 대회에서 우승했다. A4 용지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어 종이비행기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종이비행기 날리기는 스포츠전문채널 ESPN과 다큐멘터리채널 디스커버리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물수제비 대회가 열리는 것처럼 종이비행기 날리기도 어엿한 스포츠다”고 말했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서울대 강사)는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운동 형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골프 스윙, 축구 드리블처럼 연습을 통한 신체적 탁월성이 승패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또 규격·용구 등에 통일된 규칙이 있어야 하며, 바람 등 종속변수와 우연이 승부에 영향을 미쳐서도 안된다”며 “종이비행기 날리기는 스포츠의 조건을 대부분 충족한다. 사람의 신체와 과학적 사고를 결합한 매력적인 스포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욱씨의 오래날리기 자체 최고 기록은 18초다. 2012년 세계 대회 우승자 기록(10.68초)보다 8초 가량 앞서 있다. 이정욱씨는 “꼭 우승해 오스트리아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다” 고 말했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동영상은 인터넷 홈페이지 www.redbullpaperwings.com//Countries/South_Korea을 통해 볼 수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 설명



지난달 15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종이비행기 날리기 일본대표 선발전에 나선 참가자가 멀리날리기를 하고 있다(사진 1). 오른쪽 사진들은 ‘한국 국가대표 종이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선수들이 다양한 동작으로 비행기를 날리는 장면. [사진 레드불]







<종이비행기 멀리날리기 세계신기록 동영상: 2003년 미국 지역방송국 PD 조 콜리스와 미식축구 쿼터백 출신 조 에욥이 팀으로 작성>



<종이비행기 오래날리기 동영상: 2011년 도다 다쿠오 일본종이비행기협회장이 비록 기네스북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29.2초를 기록한 영상. 다쿠오는 2009년 27.9초를 기록하며 세계기록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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