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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빈볼 아니다. 구단에 폐 끼치면 그만 둘 것"

중앙일보 2015.04.15 19:36
프로야구 김성근(73) 한화 감독이 빈볼 시비와 관련해 격정을 토로했다. "프로에 괜히 돌아온 것 같다"는 말까지 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15일 대전 삼성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선수들이 울고 있다. 이번 문제로 구단에 더 이상 폐를 끼친다면 내가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마무리되는 것 같았던 12일 롯데전 빈볼시비가 김 감독이 입을 열면서 재점화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오전 상벌위원회를 열어 '한화 투수 이동걸에게 KBO리그 규정 벌칙내규 제4항에 의거하여 제재금 200만원과 출장정지 5경기의 제재를 부과했다. 아울러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김성근 감독에게 벌칙내규 제7항을 적용하여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하고, 한화 구단에도 리그 규정 제24조(신설)에 의거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예상보다 강한 징계였다.



과거에도 감독까지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2002년 6월 24일 잠실 LG-KIA전에서 LG 최창호와 KIA 김주철이 퇴장당했고, 김성근 LG 감독과 김성한 KIA 감독이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받았다. 2003년 8월 9일 대구 삼성-LG전에서 이승엽과 서승화가 일으킨 폭력 사태 때는 김응용 감독과 이광환 감독이 각각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구단이 벌금을 받은 건 사상 처음이다. 올해 의결한 KBO 리그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김 감독은 "4년 만에 돌아오니 감독이 하지 말아야 할 게 너무 많다. 법(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감독이 떠나야 할 문제다. 이번 사건으로 야구에 대한 내 열의가 식은 것 같다"고 말을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징계, 한화 구단이 받은 징계, 그리고 엄격해진 규정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는 "선수가 맞는 빈볼만 아픈 게 아니다. (우리가 당하는) 정신적 빈볼도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감독은 빈볼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이동걸의 제구가 되지 않아 생긴 문제다. (사구 전에도) 계속 볼을 던지지 않았나"라며 "(황재균을 맞힌 5회) 포수 허도환이 몸쪽 공 사인을 내더라. 허도환은 넥센에 있을 때부터 몸쪽 승부를 즐겨했다"고 말했다. 이동걸이 던진 공이 빈볼이 아니라는 것이며, 때문에 KBO의 징계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김 감독은 "이종운 롯데 감독 말에 대해서도 대응하지 않았다. 이 감독이 초보자가 아니라 몇 년 된 감독이었다면 말싸움이 됐을 것"이라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프로야구 전체를 위해 참았다"고 말했다. 12일 경기 후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다치게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한화와의 경기가 10경기 이상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재균이 두 차례 사구를 맞은 건 김 감독 지시에 의한 것으로 확신한 발언이었다. 김 감독은 "시즌 전 감독자 회의에서 한 감독이 '후배를 사랑해 달라'고 그러더라. '알았다.대신 너희도 위계를 지켜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후배 감독의 도발에 김 감독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김 감독은 27분 동안 말을 이어가면서 두세 차례 목멘 소리를 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면서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는 "하루 수십만 명의 팬이 한화 야구를 본다. 전력이 약한데 이 팀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모른 척 할 수 없다"며 "그래서 (투수를) 혹사한다고 욕 먹으면서도 매 경기 타이트하게 경기를 하는 것이다. 난 투수나 트레이너가 '오늘 던지기 어렵다'고 말하면 그 선수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어제(14일) 이동걸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러 왔더라. 이번 사태로 내가 비난을 받으니까 주장 김태균은 '감독님이 지시한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더라. 우리 막내 딸은 울면서 전화가 왔다. 기자회견 하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 했다. 내가 책임 지면 된다"고 말했다. 긴 말을 마치며 김 감독은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 (프로에) 괜히 돌아온 것 같다. 이번 일로 한화 팬들이 떠난다면 너무나 슬플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이라도 내가 옷을 벗겠다. 전에도 나 혼자 싸웠듯이 지금도 나 혼자 싸우겠다"고 맺었다. 그는 웃지 않았다.





대전=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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