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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돈 받은 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

중앙일보 2015.04.15 02:40 종합 3면 지면보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특검을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현재 특별수사팀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사진 JTBC]


2012년 1월 충남 홍성에서 열린 이완구 총리(오른쪽)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인사말하는 모습. [김경빈 기자], [사진 JTBC]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총리님은 한 푼도 안 받았다는 말씀이잖아요.”

대정부질문 ‘3000만원 의혹’ 공방
사퇴 대신 ‘목숨’얘기 나오자 술렁
야당 “목숨 운운은 진중하지 못해”
“성완종과 동향이지만 친하지 않아
왜 날 사정 1호로 지목했는지 몰라”



 ▶이완구 국무총리=“어떤 증거라도 좋습니다. 만약 이완구가 망인(성완종)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14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 답변대에 선 이완구 총리가 ‘사퇴’란 표현 대신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하자 본회의장이 술렁거렸다. 회의장 안에 있던 여야 의원 모두가 당황스러운 듯했다.







 ‘목숨을 내놓겠다’는 발언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과 언쟁도 벌어졌다. 이 총리와 권 의원은 각각 충남경찰청장과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출신의 경찰 선후배 관계다.



 ▶권 의원=“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총리의 말이 사실일까요.”



 ▶이 총리="3000만원을 줄 정도가 되면 (알고 지낸) 13년, 14년간 후원금이라도 저에게 줘야 됐겠죠. 다른 의원님들은 후원금 받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공개할 수 있습니다. 저도 동료 의원들의, 이름을 거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관위 가면 있습니다.”



 이 총리의 이 발언에 본회의장 야당 의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권 의원="동료 의원들조차 총리의 말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인지 귀를 쫑긋 세우고 가려야 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총리="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가장 먼저 검찰 수사를 받겠습니다. ‘육하원칙’에 의해서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과도 바꾸겠습니다. 저는 단호합니다, 단호합니다.”



 ▶권 의원="누군가의 생명을 원하고, 누군가의 생명을 갖고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국무총리로서의 진중한 태도가 아니라 사인 이완구의… 국민은 본인의 목숨 운운하면서 답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앞서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이 “성 전 회장은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1호라고 말했다”고 하자 이 총리는 양손을 동시에 들어 보이며 “저에 대한 서운함과 섭섭함을 토로했다는데 왜 성 전 회장이 저를 사정 대상 1호로 지목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저는 성 전 회장과는 동향 출신이지만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 서로 심경을 털어놓고 지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 총리가 2012년 12월 7일 충남 천안에서 유세차에 올라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연설 동영상(7분40초)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말 바꾸기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은 “어제는 2012년 대선 때 투병 중이라 선거에 관여한 적 없다고 했다가 ‘한두 번 했다’고 말을 바꿨는데, 오늘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동행한 사진이 보도됐다”며 “천안 병천에서 유세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병천이라고 했나. 정확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두 개의 전화기로 15차례 전화를 건 것과 관련해서도 답변이 엇갈렸다. 그는 “전화를 하나 쓴다”고 했다가 “제 집사람 전화로 했는지 그건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야당이 재차 추궁하자 이 총리는 “저는 전화기가 두 대”라고 말을 고쳤다.



 이 총리는 이날 하루 종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월 재선거 때 3000만원을 건넨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날 오전 9시45분 이 총리가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이 ‘3000만원 받았나’ ‘2013년 재선거 당시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실에 왔는지에 대해선 “기억을 못한다. 선거 때 수백, 수천 명이 오는데 어떻게 기억을 하느냐”고 했다. 다만 “성완종 전 회장하고 돈 거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리가 다른 의원들은 성 전 회장에게 후원금을 받았지만 자신은 안 받았다고 말했고, 새정치연합 박수현 의원이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2013년 8월 성 전 회장이 ‘고속버스를 타고 (지역구에서 서울까지) 출퇴근 하느냐. 내 옛날 생각이 난다. 형이 후원을 좀 해줄게’라며 500만원을 후원해줬다”고 말했다.



 현재 100만원 이상 후원자는 명단이 공개된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박 의원의 후원자 명단엔 성 전 회장이나 경남기업 관계자가 없었다. 박 의원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제3자 명의로 2~3개로 나눠 후원금을 보냈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의 실명이 아닌 ‘차명’에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검찰 특별수사팀 “수사 논리대로 하겠다”=‘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은 이날 여당 지도부의 이완구 총리 우선 수사 요구에 대해 “수사는 수사 논리대로, 원칙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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