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찰, 사용처 불분명한 100억대 '성완종 비자금' 추적

중앙일보 2015.04.15 02:40 종합 4면 지면보기



정·관계 로비 규명 열쇠로
계열사 3곳서 빌린 182억 중
사용처 확인된 돈은 수십억 불과
‘메모 8인’에게 갔는지 조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계열사에서 빌린 182억원 가운데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100여억원의 행방이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지난 9일 자살하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돈을 빌려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선거자금 3000만원을 줬다”고 말한 사실이 14일 공개되면서다. 그는 “(이완구 후보) 선거사무소에 가서 내가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도 3000만원 주고. 다 이렇게 인간적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해서 회사 돈 빌려다가 이렇게 하고…”라고 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치인 8명에게 실제로 돈이 갔다면 대여금에서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182억여원의 조성 경위 및 사용처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비리 규모는 32억여원보다 훨씬 크다”고 밝힌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대여금을 성 전 회장이 횡령한 248억원의 일부로 파악해 성 전 회장에 대해 지난 6일 청구한 사전구속영장 범죄 혐의에 포함시켰다. 횡령자금 248억원 중 182억여원은 대아레저산업·대아건설·대원건설산업 등 계열사 3곳에서 자금을 대여한 것처럼 꾸며 횡령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2008~2014년 72차례에 걸쳐 빼돌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자신의 개인 명의 통장으로 돈을 관리하며 채무 변제와 주식 투자, 변호사 선임비 등으로 수십억원을 쓴 것으로 파악했다. 성 전 회장이 갚은 게 거의 없고 이자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횡령 혐의를 적용한 배경이다. 성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변제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횡령의 고의가 없고 경남기업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계열사에 특별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00억원가량의 자금 사용처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검찰은 경남기업 재무담당 한모(50) 부사장 등 재무 담당자들을 곧 소환해 자금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문제의 대여금은 성 전 회장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장 전도금(본사에서 보내는 사업장 경비)’ 32억여원과는 별개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2011년 허위 회계자료를 만드는 방식으로 한 부사장을 통해 현금 5500만원을 전달받는 등 2007~2014년에 32억여원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했다. 성 전 회장은 “전도금인 줄 모르고 한 부사장에게서 일부를 받아 경조사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일부가 정·관계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성 전 회장은 부인 동모(61)씨 소유 회사인 ‘코어베이스’ 법인 자금 18억9000여만원과 아들의 급여 등으로 11억6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또 아들과 부인 등이 사용한 법인카드 대금 1억6000여만원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성 전 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아들이 4년간 영국에 유학하며 1년치 생활비와 차량 렌트비가 4000만원가량 들었는데 이 부분까지 횡령으로 보는 건 지나친 압박 수사”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검찰은 회사 돈을 빼돌린 이상 횡령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횡령한 돈의 실제 사용처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14일 이번 수사의 범위와 대상에 대해 “회사 비자금 사용처와 관련해 로비 의혹이 등장한 만큼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지, 리스트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본격 수사 과정에서 메모에 등장한 8명 외에 또 다른 인사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면 수사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백기·이유정 기자 key@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