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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결정 전 피해 가족 의견 충분히 듣고 … 이념단체도 개입 말아야"

중앙일보 2015.04.15 02:00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5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상 피해 보상 신청·지급 설명회. “배상금을 받으면 국가에 일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서약해야 한다”는 보상지원단의 설명에 장내가 술렁였다. “배상금을 받으면 진상조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그냥 받아들이라는 것 아니냐”는 등의 얘기가 나왔다. 익명을 원한 유가족은 “애초 배·보상안을 만들 때 이런 점에 대해 유족들에게 한마디 설명이 없었기에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갈등 줄이려면
"유족, 인양 계기로 농성 정리
조사위 활동 믿고 지켜봐야"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경찰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맞섰다. 가족들은 이완구 총리를 만나러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11명이 가기로 했으나 80여 명이 공관 쪽으로 움직여 경찰이 막아선 것이었다. 가족들은 “함께 이동한 뒤 공관에는 11명만 들어가겠다”고 했고 경찰은 “11명만 이동한다고 약속했다”며 제지했다. 결국 총리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후 1년 동안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졌다. 지난해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더니 이젠 시행령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실상 세월호를 인양하기로 했건만 갈등은 가시지 않는 양상이다. “세월호 사고 처리 비용보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갈등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김학린 단국대 협상학과 교수는 “대형 재난 때 위기 관리 시스템과 더불어 작동해야 하는 갈등 관리 시스템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해관계자가 함께하는 갈등 관리 체계를 만들어 서로의 입장과 주장을 토론하며 세월호 사후 대책을 풀어나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신지은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월호 사후 대책을 거의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희생자들에게 통보하는 식의 소통 부재가 갈등을 낳았다”며 “피해자들을 파트너 삼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인양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는 정부가 희생자 유가족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인양을 계기로 유가족들은 소통 부재 때문에 만들었던 시위·농성 현장들을 정리하고, 정부는 유가족들과 상시 소통 창구를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제3세력이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유묵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문제는 진영 논리를 떠나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여기에 정치 색채를 띤 이념단체가 개입하면 본질이 흐려지고 피해자 가족들의 순수성도 의심받게 된다”고 말했다. 윤인진(52)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갈등은 양쪽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제3자의 중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로선 특별조사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조사위에 힘을 실어주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비판론도 나왔다. 이선우(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갈등학회장은 “여야가 세월호 문제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고유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위성욱·임명수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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