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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딜레마가 축복이라니" 윤병세 집중 질책한 여야

중앙일보 2015.04.15 01:53 종합 10면 지면보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14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미·중 양쪽의 러브콜은 축복”이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집중 비판을 받았다. 윤 장관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 결코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축복”이라고 했었다.


국회서 ‘한국 외교의 위기’ 지적
“미·중 틈바구니에 들어 있고
일본과는 후퇴, 러시아엔 주춤”
윤 “2년간 한·미, 한·중 관계 발전
일본과는 결코 조용한 외교 아니다”

 하지만 여야 모두로부터 ‘한국 외교의 축복’은커녕 ‘한국 외교의 위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한국 외교는) 중국·미국 틈바구니에 들어 있고, 일본하고는 전혀 앞을 나가지 못하고 후퇴하는 양상이고, 러시아가 (5월) 전승기념일에 오라고 하는데도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한 게 사실 아니냐. 그런데 (윤 장관은) 우리 외교가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자신감을 비췄다”고 했다.



 이에 윤 장관은 “냉전 이후 가장 어려운 지정학적 안보 환경에 처해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한·미, 한·중 관계가 아주 좋게 발전됐다”며 “그간 많은 현안을 처리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우리가 잘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미·중 사이에 한국이 꼼짝없이 갇힌 모양의 뉴욕타임스 만평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시각에서 본 만평이 한국은 딜레마에 빠졌다는 건데도 축복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윤 장관의 발언은 굉장히 경박하고 낮은 수준의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중국발 AIIB 가입은 미국의 눈치 속에 사실상 막차를 탔고 미국발 사드 문제는 국민적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데 모르쇠하고 있는 게 현 정부의 외교 실태인데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이게 전략이 있는 거냐. (외교부가 미·중 사이 전략으로 세운) ‘전략적 모호성’은 결국 허울”이라고도 했다.



 같은 당 박수현 의원도 “실력이 있을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며 “수사에 그치지 않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 미래 비전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그는 “조선시대 광해군은 명나라에 사대외교를 해야 한다는 세력과 신흥강국인 청나라와 균형외교를 해야 한다는 세력 사이에 아주 절묘한 균형외교를 한 군주”라며 “지금 미·중 사이에선 그런 균형외교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외교부 장관이 ‘영토 주권을 확실하게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독도 입도지원센터 계획을 돌연 취소하는 등 국가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외교부가 환경·안전 문제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일본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같은 당 이정현 의원은 윤 장관과의 문답 후 “외교부 장관이 왜 장수하는지 알겠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 의원이 “우리 정부는 조용한 외교만 할 뿐 조치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묻자 윤 장관은 “결코 조용한 외교가 아니다. 일본 문제는 한·일 관계를 넘어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 사항으로 지난 2년간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일본이 미국에 물량 외교를 펴고 있지만 미국 내 양심 세력을 설득하는 데는 크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북 군사비, 우리의 3분의 1”=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지난해 군사비로 102억 달러(약 11조1659억원)를 지출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 국방비 35조7056억원(약 326억2000만 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보다 두 배의 병력을 보유한 북한이 적은 국방비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래된 무기가 많고 무기 개발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정용수·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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