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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1년 - 세대 간 소통의 기적을

중앙일보 2015.04.15 01:18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12일 서울 구로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 조주희(25)씨를 찾은 엄마 양순예(53)씨. 도시락을 들고 깜짝 등장해 딸에게 김밥을 먹여 주고 있다. 양씨는 “취업 공부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딸의 건강이 늘 염려된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중앙일보 청춘리포트가 15일로 발간 1주년을 맞이합니다. 지난 1년간 2030세대의 고민과 삶을 파격적인 기사 형식에 담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청춘세대뿐 아니라 5060세대의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청춘리포트는 세대 간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는 중입니다. 청춘리포트가 1주년을 맞아 ‘소통 배달왔습니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깜짝 도시락 배달을 하는 이벤트입니다. 청춘들은 부모님의 도시락을 받아들고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깜짝 도시락’과 같은 소소한 소통의 기적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청춘 찾아간 ‘소통 도시락’ … 엄마·아빠 얘기가 맛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foneo@joongang.co.kr



아르바이트생 조주희씨 모녀

“연애 좀 하라는데 어렵네요”

“스킨십부터 하는 남자 조심”




양순예씨가 도시락을 들고 딸이 일하는 편의점을 찾았다.
학교 수업에 취업 준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대학교 4학년생 조주희(25)씨는 주말 저녁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부모님께 부담을 지우기 싫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이 늘 마음에 걸렸던 엄마 양순예(53)씨는 12일 저녁 김밥을 싸서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딸이 일하는 편의점을 찾았다.



 예상치 못한 엄마의 방문에 조씨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엄마가 “딸 고생이 많지”라며 도시락통을 건네자 그제야 웃으며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2녀 중 둘째인 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면서 엄마와도 대화를 단절했다. 엄마 지인의 추천으로 함께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조씨는 차츰 회복됐다. 조씨는 “저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를 보며 포기했던 대입에도 다시 도전했다”고 말했다. 을지대 안경광학과에 진학한 조씨는 지난해 엄마가 망막신경 수술을 받았던 일을 계기로 ‘검안사’가 되는 꿈도 가졌다.



 요즘 엄마와 딸은 TV 드라마를 함께 보며 수다 떠는 게 일상이 됐다. 한 사극 드라마는 1편부터 51편까지 한 회도 빠지지 않고 함께 보기도 했다. 양씨는 딸에게 김밥을 먹여 주면서 “세상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보다 이렇게 가족들과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딸에게 말한다”며 웃었다.









신입사원 김누림씨 모녀

“학비 혼자 해결 힘들었어요”

“얼마나 힘들까 늘 미안했다”




엄마가 만든 구절판 도시락을 보고 활짝 웃는 김누림씨.
지난 10일 오후 7시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앞. 창문마다 불빛이 환한 빌딩 앞에 이은송(55)씨가 섰다. 지난달 신입사원이 된 딸 김누림(25)씨를 위해 분홍색 5단 도시락을 들고서다. 엄마의 깜짝 방문에 30층에 있던 딸은 한달음에 달려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엄마를 꼭 안았다. 엄마는 회사 일로 바쁜 딸에게 집밥 한번 제대로 해먹이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구절판이야. 유부초밥과 과일도 있고. 많이 먹어, 우리 딸.” “뭐 이리 많이 싸왔어. 맛있겠다. 헤헤.”



 회사 로비에서 도시락을 먹는 딸을 보며 엄마가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네가 구삭둥이로 태어나 몸이 약했잖아. 걱정이 돼서 너 다니는 어린이집에 취직해 이렇게 음식을 다 만들어 먹였는데.”



 내친김에 엄마는 속마음도 털어놨다. 지난해 은행에 지원서를 냈던 딸이 “은행에 취직하려면 연체 내역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는 부랴부랴 대출금 등을 갚았지만 한 은행엔 연체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은행에서 떨어진 게 행여 나 때문인가 싶어서….” 딸은 “아니야, 내가 학점이 모자라서 그랬겠지”라며 엄마의 어깨를 두드렸다.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스스로 벌었다고 했다.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늘 미안했다”며 딸을 꼭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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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정우씨 부자

“밥 걱정 마세요, 잘 먹어요”

“카톡 이모티콘이라도 보내”




김정우씨가 벤치에서 아버지가 싸온 김밥을 먹고 있다.
올해 국민대 스포츠교육과 새내기가 된 김정우(19)씨는 경기도 군포시 집과 학교가 너무 멀어 지난달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다. 지난 12일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공부하고 있을 아들을 위해 아버지 김혁중(48)씨가 김밥과 유부초밥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를 찾았다. 김씨는 “도시락을 직접 만든 것은 처음”이라며 “무뚝뚝한 아들이 맛없다고 할까 봐 걱정”이라며 웃었다.



 교정 안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으면서도 두 부자는 말이 없었다. 아버지 김씨는 “아들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선 일주일에 길어야 한 시간 정도 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



 ▶아버지=“사실 난 네가 이공계로 진학하길 바랐어. 체육을 전공하겠다기에 공부하기 싫어선 줄 알고 걱정이 얼마나 컸던지….”



 ▶아들=“전 정말 운동이 좋아서 체육을 전공하고 싶었던 거예요. 제가 수능 준비도 열심히 한 걸 보면 잘 아시잖아요.”



 요즘 부자는 가족 카카오톡 방에서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한다. 아버지 김씨가 아들의 머리를 헝클어 놓으며 말했다.



 “요즘 카톡방엔 항상 나만 글을 올리는 것 같아. 여자친구랑만 얘기하지 말고 이모티콘이라도 날려라 .”







고시생 이다빈씨 모녀

“시험 떨어지고 혼자 울었어”

“씩씩한 딸, 엄마가 미안해”




공무원시험을 앞둔 딸을 위해 도시락을 싸온 신복순씨.
지난 12일 오전 9시, 세무직 공무원시험을 일주일 앞둔 딸 이다빈(23)씨를 위해 엄마 신복순(47)씨가 경기도 고양시 삼송도서관을 찾았다. 새벽같이 나가느라 아침도 거른 딸을 위해 흰쌀밥에 계란말이와 김, 깻잎 반찬이 든 도시락을 준비했다. 신씨는 “김밥, 유부초밥, 샌드위치 등 다양한 메뉴를 떠올려 봤지만 속이 예민해져 며칠째 고생하고 있는 딸에겐 ‘집밥’ 스타일이 제격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두 번째로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는 이씨는 지난해 시험에서 떨어지고 가족들 몰래 혼자 마음고생을 했다. 이씨는 “내가 속상해하면 엄마·아빠는 더 마음이 아플 것 같아 괜히 담담한 척했지”라며 “혼자 공부하다가 슬퍼서 훌쩍훌쩍 울기도 했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엄마는 “엄마·아빠는 네가 씩씩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보니 혼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싶어 미안하네”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는 “올해 꼭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잠시, 이씨는 스터디원들과 시간 맞춰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도시락통을 정리했다. 마지막 한입을 입에 가득 넣고 열람실로 달려가면서 이씨는 엄마에게 양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김선미·김나한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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