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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1000만 클릭 판타지 … 하루 13시간씩 그려요

중앙일보 2015.04.15 00:44 종합 22면 지면보기
SBS 수목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원작을 그린 서수경 웹툰 작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냄새를 코로 맡는 대신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내가 머문 장소, 만난 사람, 접촉한 모든 것들의 잔향이 눈에 보인다.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냄새를 지우기 위해 애쓸 테고 자연히 우리 삶은 훨씬 복잡해진다. 단 하나의 감각 기관이 틀어졌을 뿐인데 말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 그린 서수경
줄거리 짜는 힘 기르려 국문학 전공
고교 때 만화가 결심 … 독학으로 배워
원작은 스릴러, TV는 로맨스 중심
드라마서 냄새 보는 장면 늘렸으면



 SBS에서 방영 중인 수목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는 갑자기 냄새를 보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다. 2008년 7월부터 kt올레마켓웹툰에 연재 중인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 웹툰은 연재 초기부터 한 달 누적 조회 1000만 건을 넘기며 흥행 열풍을 일으켰다. 필명 ‘만취(만화에 취하다)’로 활동하고 있는 원작자 서수경(30)을 만나 웹툰과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와 아래는 각각 웹툰과 드라마의 한 장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냄새를 본다’는 발상을 하게 된 계기는.



 “‘봉천동 귀신’을 기억할 거다. 스크롤을 내리면 갑자기 귀신이 소리지르며 튀어나오는 만화다. 이처럼 웹툰에 소리와 움직임 등이 활발히 쓰이기 시작할 때가 있었다. 이런 만화를 보다 문득 웹툰으로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감각은 뭘까 생각했다. 미각은 이미 요리 만화가 많고, 후각은 보여주기 어렵다. 그러다 후각을 시각화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 원래 냄새에 관심이 많았나.



 “아니다.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나서부터 냄새에 대해 조사했다. 국내외 관련 책을 찾아보고, 조향 학원에서 조향법을 배웠다. 원래 조향까지 배울 생각은 없었는데 웹툰에 조향사라는 캐릭터를 넣으면서 직접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전작 ‘몽쥬페’에서도 초능력을 다뤘다. 초능력 같은 판타지에 관심이 많은지.



 “전체적인 판타지보다 하나의 판타지 요소를 도입했을 때 현실이 어떻게 달라질까 상상하는 게 재미있다. ‘냄새를 보는 소녀’를 준비할 때도 만화에 또 다른 초능력자를 추가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한 소녀가 냄새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봤다.”



 -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웹툰은 범죄 수사가 중심인 스릴러물이다. 이와 달리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 함께 수사하며 싹트는 로맨스가 중심이다. 드라마는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 드라마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냄새를 보는 장면이 자주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원작은 냄새가 성분별로 다르게 보이는 등 디테일한 표현이 많다. 드라마에서는 냄새를 보는 장면이 많이 단순화된 느낌이다. 또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박유천씨가 웹툰의 남자 주인공처럼 파마머리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 캐스팅에는 만족하나.



 “신세경씨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드라마 전체 톤이 차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신세경씨가 개그우먼 지망생 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걸 보고 캐스팅이 잘됐다고 생각했다. 박유천씨 역시 코믹한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면서도 진지한 부분에서는 눈빛이 확 달라진다. 두 사람의 호흡도 좋다.”



 -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건 언제인가.



 “초등학생 때 만화 ‘원피스’를 보고 나만의 세계관으로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만화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입시 미술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어서 국문학과에 들어가 줄거리 짜는 힘부터 길렀다. 대학생 때 1년 정도 학원에 다닌 것을 빼면 모두 독학으로 만화를 공부했다.”



 - 하루에 몇 시간 만화를 그리나.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하루에 13시간 정도 만화를 그린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면 바로 옆에 있는 책상으로 출근한다.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모두 만화를 그린다. 밥도 책상 위에서 먹을 때가 많다.”



 - 집에서 작업하는 게 답답하지 않은지.



 “집에서 그림 그리는 게 아늑하고 편하다. 밖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외출하는 게 전부다. 집 안에 열흘 정도 있어야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든다.”



 - 닮고 싶은 선배 만화가는.



 “윤태호 작가님이다. 윤 작가님의 작품은 만화를 안 보던 사람들까지 스토리로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나도 스토리가 재미있고 구성이 탄탄한 만화를 오래오래 그리고 싶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수경=1985년 서울 출생. 2008년 한양대 국문과 졸업. 2009년 웹툰 ‘몽쥬페’로 데뷔, 2013년 부터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 연재 중. 2009년 제13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인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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