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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상에 선보인 한식 … 할랄 식품 구하느라 애먹었죠

중앙일보 2015.04.15 00:31 종합 23면 지면보기
제7차 세계물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오찬 요리를 맡은 조귀분씨. 그는 “우리 전통 음식의 맛과 멋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사진 조귀분]
“전통 한식을 세계 정상들에게 선보였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물포럼’오찬 준비 조귀분씨
영양군 석계 종가 13대 맏며느리
돼지고기 요리, 쇠고기로 바꾸고
식성 파악해 세 차례 예행 연습

 지난 12일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 참석 정상들의 오찬을 준비한 조귀분(66)씨의 소감이다. 그는 “이슬람 국가의 정상을 위해 ‘할랄 식품(이슬람 율법에 따라 가공해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을 구하는 등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경북 영양군의 석계 종가 13대 종부(맏며느리)인 조씨는 조선 최초의 한글 요리서인 『음식디미방』 속 요리를 처음으로 재현했다.



 그는 이날 계명대 성서캠퍼스의 한학촌에서 오찬 음식을 직접 만들었다. 한학촌은 옛 서당과 한옥·정원 등으로 꾸며진 전통 한옥촌이다. 오찬장은 서당의 강의실인 ‘경천당’이었다. 마루에 카펫을 깔고 식탁을 놓았다. 전채 요리는 숟가락으로 떠먹는 술인 감향주와 도토리죽, 주 요리는 잡채·섭산삼·어만두·전복찜·녹두전·생선전·석류탕 등이었다. 후식으론 호두곶감말이와 유과·석이편을 내놓았다.



 오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압델리라 벤키란 모로코 총리 등 각국 정상 7명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 등 국제기구 고위 인사 2명을 포함해 모두 9명이 참석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정상들의 식습관이 달라서였다. 타지키스탄 대통령과 모로코 총리는 이슬람 국가 출신이어서 돼지 고기로 된 음식을 내놓을 수 없었다. 다른 식재료도 이슬람교도가 먹을 수 있는 할랄 식품을 써야했다. 수소문 끝에 쇠고기는 서울 이태원, 닭고기는 대구 서구의 할랄 식품점에서 구입했다. 주요리 중 가재육은 돼지고기를 간장에 재워 구워야하지만 할랄 쇠고기로 만들었다. 밥을 먹지 않는 정상이 있어 대신 석류탕을 준비했다. 닭고기·꿩고기 등을 다진 소를 넣고 석류 모양의 만두를 만들어 탕을 끓였다. 조씨는 “행사 관계자가 미리 식성을 꼼꼼하게 알려줬다”며 “정상을 위한 음식 준비는 처음이어서 세 차례나 예행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물포럼’오찬에 선보인 음식들. 석류 모양의 만두를 넣은 석류탕(사진 왼쪽). 더덕에 찹쌀가루를 입혀 튀긴 섭산삼(사진 오른쪽).


 이날 내놓은 요리는 모두 『음식디미방』(‘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란 의미)나오는 것이다. 1672년에 출간된 이 책은 당시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 146가지 조리법이 담겨 있다. 유학자 석계 이시명의 부인 장계향(1598∼1680)이 썼다. 조씨는 이 집안의 13대 종부다.



 오찬 행사를 맡은 문화체육관광부 측이 요리 담당자로 조씨를 선정했다. 그의 전통 음식이 한학촌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서다. 조씨는 지난달 25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한국의 집’에서 전통 요리 시식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여러 곳에서 음식을 선보였지만 정상들에게 소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오찬이 끝난 뒤 행사 관계자들이 웃으며 ‘수고했다’고 말해 안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씨는 “우리 전통 음식의 맛과 멋을 널리 알리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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