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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에게 안 밀린다 … 초보감독 이종운의 뚝심

중앙일보 2015.04.15 00:12 종합 25면 지면보기
이종운 롯데 감독
‘선수들과 소통을 잘하는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다.’


“가만히 당하지는 않겠다” 돌직구
김성근 “예의 아니다” 응수에도
“난 롯데 감독” 물러섬 없이 받아쳐
팀 투지 살아나 NC 꺾고 3위 올라

 프로야구 롯데가 지난해 10월 이종운(49)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에 쓴 문구다. 뻔한 표현인 듯 했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면서 이 감독의 진면목이 나타나고 있다. 야구계 대선배에게도 거침없이 할 말을 하는 강단이 있었다.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한화전.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한화 투수 김민우(20)와 이동걸(32)이 연거푸 롯데 황재균(28)에게 빈볼을 던진 것이 발단이 됐다. 큰 점수 차에서 황재균이 도루를 한 것이 한화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경기 중 몸싸움보다 경기 후 이 감독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야구로 말해야 한다. 우리 팀 선수를 다치게 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며 적장인 김성근(73·사진) 한화 감독을 겨냥했다.



 1992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인 이 감독은 2000년 은퇴한 뒤 롯데에서 2년간 코치로 일했다. 2003년부터 모교인 경남고를 이끌다 지난해 8월 롯데 코치로 돌아왔고, 두 달 뒤 감독이 됐다. 그가 지휘봉을 잡자 “고교야구를 오래 하던 감독이 프로 무대에 잘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이 감독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심리전의 달인이자 최고령 사령탑인 김 감독을 향해 돌직구를 날릴 정도의 강단을 보여줬다. 이튿날 김 감독이 “기분 나쁘다.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응수하자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결례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롯데를 이끄는 감독”이라며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다.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 야구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이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우리 선수들이 잘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팀 내분으로 상처입은 선수들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다. 간판타자 강민호(30)는 “감독님이 직접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격려한다. 더그아웃에서 ‘지고 있어도 기운 내라’고 한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시즌 개막 전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처럼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고 싶다”던 각오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빈볼 시비 후에도 이 감독은 “재균이는 이기려고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무슨 잘못을 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눈치를 보지 않고 롯데 선수들의 편을 든 것이다. 이 감독의 말은 롯데 선수들의 마음을 녹였다. 냉랭했던 롯데 팬들의 마음도 차츰 누그러지고 있다.



 ◆롯데 레일리 호투, 아두치 1점 홈런=롯데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서 5-4로 이겼다. 2연승을 달린 롯데는 NC를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롯데 선발 레일리는 6이닝 동안 5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열흘 만에 복귀한 롯데 외국인 타자 아두치는 1회 첫 타석에서 NC 선발 이재학으로부터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아두치는 2-1이던 2회 적시타를 때리는 등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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