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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채 주도 성장,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 키운다

중앙일보 2015.04.15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지난해 말로 가계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동기 증가액의 9배에 달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연 가계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 경제 규모에 대비해 어느 정도의 가계부채 규모가 위험한 수준인가에 대해 합의된 기준은 없다. 개략적으로 국내총생산의 75% 수준을 임계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 73%로 위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45%를 차지하고 있어 일단 건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전성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자영업자 대출로 지난해 6월 말 현재 370조원에 달한다. 특히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수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329만 명으로 대출 규모는 323조원이다. 전체 가계대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계속 침체될 경우 자영업자들이나 다중채무자들의 상환 위험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 양상은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으며, 한은의 금리 인하가 이를 촉진했다.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해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일단 성공했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렵게 살린 주택경기 활성화에 누가 찬물을 끼얹겠는가? 하지만 정부가 언제까지 주택담보대출을 경제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 그동안 가계부채는 얼마나 증가할 것이며 그래도 가계부채는 안전할 것인지에 대해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부채 총량이 급증하는 데 따른 문제점에 대해 정부는 총량규제 대신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끌었던 ‘안심전환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로 공급된 34조원은 다른 문제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460조원 주택담보대출 총액의 7.4%에 불과하다. 안심대출로 전환되지 않은 나머지 430조원의 ‘불안대출’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계부채 문제가 완화되기 위한 전환점은 가계소득 증가율이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높아져 가계의 상환 능력이 높아지는 때다.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가계총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추세가 지속됐다는 점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가계총가처분소득은 54% 증가에 그친 반면 가계대출은 10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가계총가처분소득은 3.7% 증가에 그친 반면 가계대출 증가율은 6.9%에 달해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활용하는 동안에 이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고 가계부채의 위험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경기는 40개월 넘게 완만한 하강 국면을 이어가고 있으나 다행히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 부실률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대출 부실은 대략 대출이 증가된 2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출 급증은 2017년 하반기부터 부실 위험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때 경기가 어려울 경우 그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가계대출의 급증세를 우려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저금리와 규제 완화를 통해 가계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이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 또한 조세 등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도 국민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낙관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힘들다. 반면에 부채 주도 성장정책은 단기에 효과를 나타내는 한편 그 부작용이 일러야 2년 후에나 나타난다는 게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부나 부채 주도 성장정책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부채 주도 성장정책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김대중 정부 말기의 신용카드 보급 확대를 통한 소비촉진 정책은 2003년 ‘카드대란’을 가져왔고, 이후 내수는 2년 넘게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계부채 규모는 임계치에 이르러 ‘시한폭탄’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 시한폭탄의 폭발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쓰는 한 이 시한폭탄의 위험은 더 높아지고 폭발 시점도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부채의 정부’로 남고 싶지 않다면 현재의 부채 주도 성장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임기를 마치기 전에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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