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속노조 승인 없으면 지회 탈퇴 못한다고?

중앙일보 2015.04.15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경북 경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발레오전장)’의 노사 쟁의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별 교섭 문제와 복수 노조 허용 조건 등 노동시장 자체를 뒤흔들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직장폐쇄 겪은 ‘발레오’ 근로자
새 노조 결성했지만 소송 당해
“산별노조 승인 없이 탈퇴 못해”
1·2심서 제동 … 대법 판결 남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초 16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발레오전장 노조 사건 공개변론을 대법관 결원 등을 이유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발레오전장은 2001년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해마다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다 2010년 직장폐쇄까지 경험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회사 근로자들은 2010년 조합원 총회를 열고 찬성률 97.5%로 ‘발레오 노조’란 새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전이 시작됐다.





 핵심 쟁점은 ‘산별노조(금속노조)’ 하부 조직인 발레오전장의 ‘기업별 지회’가 금속노조 승인없이 산별노조를 탈퇴할 수 있는지 여부다. 1심과 2심 모두 “지회 규칙 등을 인용하면 산별 노조의 승인 없이 상급단체를 탈퇴 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산별 교섭은 노사가 한 회사 내에서 독자적인 교섭을 하는 게 아니라 산업 단위로 집단 교섭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발레오전장 사측은 2010년 근로자들의 금속노조 탈퇴 결의 전까지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경영자 단체)의 실무 보조를 받으면서 개별기업 노조 대신 금속노조와 교섭을 해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하위 단위 중 하나로 경주지부가 있고, 다시 경주지부의 하위 단위로 발레오만도지회가 있는 식이다.



 발레오전장의 모회사인 프랑스 발레오그룹은 이미 ‘노사관계 악화’를 이유로 공장 청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자크 아쉔보아 발레오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어떤 형태로든 노사관계가 악화되면 발레오 경주 공장의 현 위치와 미래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발레오전장 경주 공장과 동일한 자동차 전장부품을 만드는 발레오 상하이 공장이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량도 2배 이상 많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노동 현실을 무시한 채 금속노조 규정을 형식적으로만 해석하는 바람에 산별 노조가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길을 사실상 봉쇄했다”고 지적했다. 강기봉 발레오전장 대표는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금속노조에 맞서 새 노조가 회사와 한 합의들이 전부 무효가 돼 발레오 공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면서 “정부는 협력사를 포함해 2500명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금속노조로부터 중소·중견기업들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