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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음식]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와 빵

중앙일보 2015.04.15 00:02 강남통신 8면 지면보기




江南通新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요리와 이 요리의 역사,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의 빵입니다.



“평범한 빵도 맛있어요.”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의 주인공 리에가 손님에게 커피와 함께 갓 구워낸 깜빠뉴를 내놓으며 한 말입니다. 영화에는 깜빠뉴를 비롯해 다양한 식사 대용 빵이 나옵니다. 케이크나 디저트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느껴질 만큼 먹음직스럽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빵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 더 맛있다는 것 아시나요. 동무를 뜻하는 프랑스어 콤파뇽(compagnon)의 어원 ‘빵을 나눠 먹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에서는 일본 시골마을 츠키우라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리에·미즈시마 부부가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빵과 요리가 나온다.


"인생의 동반자란 빵을 나눠먹는 사람"





#1
일본 도쿄의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이토는 좋아하는 남자와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했다가 바람맞고 홀로 츠키우라에 왔다. 츠키우라에 도착한 날 저녁, 사이토는 미즈시마가 만든 토마토빵과 와인을 함께 먹고 취해 자신이 츠키우라에 온 이유를 털어놓는다.



미즈시마: 드세요. 토마토빵이에요. 와인이랑 잘 어울릴 거예요. (중략....토마토빵과 와인을 번갈아 먹던 사이토는 취한다.)



 사이토: 이렇게 바람맞히는 게 말이 돼요? 오키나와의 문비치. 물론…. 물론 예약은 내가 했어요. 하지만 그도 가겠다고 했어요. 꼭 가겠다고! 내일이 내 생일이란 말이에요.같은 매장 언니들한테 벌써 다 얘기했단 말이예요. 그 남자…. 인기가 좀 많아요. 능력도 있고. 인간들은 뭐랄까, 수준 차이라는 게. 내가 여기라면 그 남잔 이쯤(더 높이), 빵에다 비유하면 뭘까. 빵이면 뭘까요. 엄청 공들여 만든 팽 오 쇼콜라? 이제 됐어요. 잊을래요. 안녕



# 2 눈 내리는 추운 겨울, 삶의 마지막을 결심한 노부부 사카모토와 그의 아내가 카페 마니를 찾는다. 사카모토는 빵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밥을 주문한다. 노부부에게 밥을 낸 후 리에는 갓 구워낸 콩빵을 주방 앞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빵을 안 먹는 아내가 주방 쪽으로 와 콩빵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내일’을 기약한다.



사카모토: (빵 쪽으로 가는 아내를 부르며) 이 사람 그거 빵이야. 빵 안 먹잖아. 그래서 밥해줬는데.



(아내는 빵을 반으로 나눠 입에 넣어 맛있게 먹는다.)



사카모토: 빵이 맛있는가?



아내: 음~ 맛있어. 콩이 들어간 이 빵, 정말 맛있네. 나 내일도 이 빵 먹고 싶네. (숟가락을 떨어트리고 사카모토가 줍는다.) 영감 미안해요.



사카모토: 아냐. 아냐. 괜찮아.



아내: (빵을 반으로 나눠 남편에게 건내며) 영감도 드세요.



사카모토: 맛있네. 맛 좋아.



리에: 할머니, 내일도 빵 드세요. 치즈빵은 완전 또 다른 맛이에요.





#3 늦은 밤, 사카모토가 1층으로 내려오다 빵을 반죽하는 미즈시마를 발견한다. 노부부의 모습이 불안해보였던 미즈시마는 자신이 빵을 만드는 이유를 설명하며 사카모토에게 ‘함께 지내자’고 제안한다.



사카모토: 빵도 괜찮군요.



미즈시마: 네 괜찮습니다. 콤파뇽이라는 말이 있어요. 저는 그 말이 너무 좋아서. 콤파뇽이란 무슨 뜻일까요?



사카모토: 글쎄, 무슨 뜻일까요.



미즈시마: 그럼 힌트를 드릴게요. 원래 어원은 빵을 나눠먹는 사람인데. 그럼 뭘까요. 사카모토씨, 당분간 저희 집에서 지내지 않으실래요? 조금 더 계시면 여기서 보름달이 보여요.



(중략, 여행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사카모토가 미즈시마에게 말한다.)



사카모토: 주인장, 콤파뇽의 뜻을 알았다우. 함께 빵을 나눠 먹는 사람들. 가족이라는 의미 아닌가.



미즈시마: 비슷해요. 동료라는 의미예요. 그게 바로 가족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더 플라자 고광찬 파티셰가 미즈시마의 토마토바질페스토 피자를 재연한 것이다.말린 토마토에 올리브유·소금으로 간을 해 살짝 구운 토핑과 쫄깃한 식감의 빵은 와인과 잘 어울린다. [김경록 기자]






담백하고 소박한 영화 속 식사 대용 빵

국내에서도 유학파 파티셰 주도로 인기

앙금 크림 안 쓰고 천연 발효 풍미 즐겨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여유로운 일상. 도심의 쫓기듯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다.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의 젊은 부부 리에와 미즈시마의 모습은 도심의 사람들의 꿈꾸는 삶이다. 젊은 부부는 일본 홋카이도 시골 마을 츠키우라의 호숫가에 ‘카페 마니’를 연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생각했어요.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이랑 산책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빵도 굽고요. 우리가 느낀 계절을 빵을 먹는 분들도 느꼈으면 했어요.” 미즈시마의 말대로 아내 리에는 커피를 내리고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남편 미즈시마도 제철 식재료로 맛있는 빵을 굽는다. 카페는 유리 공예가 요코를 비롯해 리에에게 반해 매일 찾아오는 우체부, 커다란 가죽 트렁크를 가지고 다니는 아베,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 대신 빵으로 푸는 토키오 등 단골들의 소소한 일상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불시에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여름엔 좋아하는 남자와의 로맨틱한 여름 휴가를 꿈꿨지만 바람맞은 사이토가 오고, 가을에는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아빠와 어색해진 딸 미쿠와 미쿠의 아빠가 온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엔 생을 마감하려는 노부부 사카모토와 그의 아내가 이곳을 찾는다. 리에와 미즈시마는 이들에게 제철 식재료를 넣고 구운 빵을 내놓는다. 빵은 이들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계기이며 삶의 의욕을 되찾아주는 ‘힐링 푸드’다. 영화는 2012년 6월 국내 개봉 당시 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언뜻 보면 적은 숫자지만 상영관 수가 9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적 같은 관객수다. 빵지순례(성지 순례처럼 맛있는 빵집을 찾아 다님), 빵투어(맛있는 빵을 먹으로 떠나는 여행) 등 빵 관련 신조어가 나타날 정도로 빵 인기가 높아지던 시기와 맞물려 영화는 빵 매니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온라인에는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빵집에 가 빵을 사먹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영화에는 축하의 의미를 담은 구겔호프(왕관 모양의 프랑스 전통 발효빵), 와인과 잘 어울리는 토마토빵, 밤을 가득 넣고 구워낸 밤빵, 막 구워내 커피와 함께 먹는 깜빠뉴(프랑스 시골빵), 꿀을 뿌려 함께 먹는 사과벌꿀빵 등 다양한 빵이 나온다.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영화 속 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하고 소박한’ 식사 대용 빵이라는 점이다. 식사 대용 빵은 최근 국내에서 사랑받는 빵이기도 하다. 더플라자 더 라운지의 고광찬 파티셰는 “과거에는 배고픔을 달래며 간단히 한 끼를 때우기 위한 간편식의 목적으로 빵을 찾았고, 앙금·크림을 넣어 달콤한 맛의 빵이 인기였다. 하지만 요즘엔 차와 함께 먹으며 행복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빵을 많이 찾는다. 달지 않고, 천연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풍미와 담백한 맛의 식사 대용 빵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주도한 건 프랑스 ‘르꼬르동블루’나 일본 ‘동경제과학교’에 유학을 다녀온 파티셰들이다. 이들은 4~5년 전부터 강남·홍대·이태원 등에 자리를 잡고 작은 빵집을 열었다. 책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작가 김혜준씨는 “해외 유학파 파티셰들이 작은 빵집을 열고 유화제와 팽창제를 쓰지 않은 빵을 내놓았다. 또 적은 종류의 빵만 당일 판매하면서 사람들에게 대형 빵집과 차별화된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 ‘레트로오븐’ ‘폴앤폴리나’ ‘오월의종’은 빵 나오는 시간이면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서거나 금세 빵이 동나 예약하지 않고 찾았다가는 헛걸음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요즘엔 빵을 고르면서 빵에 발라먹을 치즈나 버터, 잼 같은 스프레드까지 생각한다. 빵집에서 빵만 집어오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스프레드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김씨는 “빵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이 빵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나오는 빵은 다양하지만 이를 먹는 방법은 똑같다. 반으로 쪼개 옆 사람과 나눠먹는다. “콤파뇽(compagnon·프랑스어로 동무)의 어원이 빵을 나눠먹는 사람”이라는 미즈시마의 말에 그 답이 있다. 혼자 먹는 것보다는 함께 나눠 먹을 때 빵은 더 맛있다. 옆 사람에게 건네는 빵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독자의 이야기]

아들한테 도전하는 모습 보이려, 제빵사 자격증 공부했죠




빵은 저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배고픔을 잊게 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베이킹을 하며 살아가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지난해부턴 빵을 만들어 기부하는 봉사모임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고요. 처음 빵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주 유치한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2010년 중학생이 된 큰아들에게 뭔가 배우고 결과를 성취하는 모습을 엄마인 제가 먼저 보여주기 위해 제과기능사 과정을 수강했습니다. 그땐 자격증이라는 압력이 있어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그런데 점차 재미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온전히 즐거움으로 배우고 만들고 식구들에게 좋은 빵을 먹입니다. 자격증을 딴 엄마를 본 큰 아들은 놀라더니 본인도 빵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든 음식, 특히 빵은 언제나 감동을 불러온다는 거죠. 받는 사람의 기쁨이 전해져 귀찮거나 힘든 것도 잊고 저는 오늘도 빵을 굽습니다. 저만의 비법은 정확한 계랑입니다. 제과제빵은 무엇보다 정확한 계량이 생명이거든요. 기호대로 재료의 양을 가감하면 빵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원윤정(45·용인시 죽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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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식사 대용 빵집]



서울에서 유명한 식사 대용 빵집 3곳을 소개합니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작은 빵집이 좋다』 김혜준 작가, 롯데호텔서울 베이커리 오세백 조리장, 더플라자 더 라운지 고광찬 파티시에의 추천을 받아 중복되는 3곳을 추렸습니다.





오월의 종



“주말엔 12시에 가도 빵이 얼마 남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천연 발효종으로 맛을 낸 빵은 고소하고 담백할 뿐 아니라 건강한 느낌이다”




○ 특징: 14년 경력의 국내파 파티셰 정웅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맛집 많은 이태원에서도 손꼽히는 빵집이다. 천연 효모종으로 발효시킨 빵은 적어도 하루, 길게는 일주일 전부터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양만 만든다. 이 때문에 오후 3시면 바게트·호밀빵 등 인기 있는 빵은 모두 팔린다. 지난해에는 연남동 유명 커피전문점 커피리브레와 함께 타임스퀘어 1층 야외에 베이커리 카페를 열었다.

○ 가격: 통밀빵·포카치아·깜빠뉴 3000원씩

○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매주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792-5561

○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 229(한남동 737-2) 백목빌딩 1층

○ 주차: 불가



브래드랩



“우유크림빵 등 유명한 빵이 많지만 랩바게트가 정말 맛있다

굉장히 고소하고 다른 바게트보다 진한 맛이 난다”




○ 특징: 르꼬르동블루·동경제과학교를 나온 유기헌 셰프가 매일 새벽 직접 반죽한 빵을 구워 당일 판매한다. 우유크림빵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여의도 직장인뿐 아니라 빵 매니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여의도 명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6월 연남동(연남동 229-6)에 2호점을 열었다.

○ 가격: 우유크림빵 1800원, 누룽지 바게트 2800원

○ 영업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일요일·공휴일 휴무)

○ 전화번호: 02-782-0501

○ 주소: 영등포구 은행로 29 정우빌딩 1층

○ 주차: 불가



빵드라몽떼



“문을 열자마자 ‘빵지 순례’ 목록에 이름을 올린 곳

식사 대용 빵부터 에클레어 같은 디저트까지 다양한 빵을 즐길 수 있다”




○ 특징: 프랑스 국립 제빵제과학교(I.N.B.P)를 졸업하고 2005년 상수동 퍼블리크에서 정통 프랑스빵을 선보였던 장은철 파티시에가 2013년 자신이 자란 자양동에 ‘빵드라몽떼’를 열었다. 제대로 된 프랑스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버터·생크림·초콜릿 등 모든 재료를 프랑스에서 공수해 온다. 3월엔 물가 상승과 반대로 빵 값을 내렸다. 주말에는 정통 프랑스빵 클래스를 연다.

○ 가격: 바게트 라몽떼 3000원, 천연효모빵 5000원, 호밀빵 6000원, 크루아상 2500원

○ 영업 시간: 오전 9시~오후 8시30분

○ 전화번호: 02-6406-6919

○ 주소: 광진구 능동로4길 61(자양동 553-45) 1층

○ 주차: 가게 앞 1~2대 가능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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