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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박주영,두 '일그러진 영웅'의 8년만의 맞대결

중앙일보 2015.04.12 18:30
이천수(34·인천)와 박주영(30·서울). 한때 축구천재로 주목 받았지만 해외 무대에서 방황하며 추락을 경험한 두 '일그러진 영웅'이 K리그에서 다시 만났다. 동생이 7년 만의 득점포로 재기를 알리자 형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동점골에 기여하며 화답했다.



두 선수는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인천의 K리그 클래식 5라운드에서 맞붙었다. 지난 2007년 4월 15일 이후 8년 만의 맞대결을 앞두고 둘은 진한 포옹을 나눴다.



이천수와 박주영은 공통점이 많다. 고교 시절(이천수 부평고·박주영 청구고)부터 천부적인 재능으로 주목 받았고, 대학 동문(고려대)이며 월드컵에서 나란히 프리킥으로 골(이천수 2006 토고전·박주영 2010년 나이지리아전)을 넣었다. 이천수는 "주영이는 동질감이 느껴지는 동생이다. 인간적으로도 통하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1998년 가을철 고교연맹전에서 8골을 넣고 부평고를 정상으로 이끈 이천수는 청소년팀·올림픽팀·A대표팀을 거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밀레니엄 특급'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청구고 3학년 시절 4개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던 박주영은 2004년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중국 수비수 4명을 농락하고 골을 터뜨렸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다. 고려대 감독 시절 둘을 모두 가르친 조민국 청주대 감독은 "슈팅 타이밍은 천수가 최고다. 박주영은 공격수로서 모든 자질을 갖췄다"고 말했다. 스피드와 킥이 좋은 이천수, 유연한 움직임과 골 결정력을 갖춘 박주영은 시차를 두고 K리그와 대표팀을 평정했다.



2005년 둘은 K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놓고 겨뤘다. 당시 프로 첫 해에 30경기 18골·4도움을 올린 박주영과 스페인에서 복귀해 후반기에만 14경기 7골·5도움을 올리고 소속팀 울산을 우승으로 이끈 이천수의 경쟁은 뜨거웠다. 승자는 이천수였다. 박주영은 만장일치 신인왕에 만족했다.

부진도 함께 했다. 20대 중반 이후 나란히 '저니맨(journey man·자주 팀을 옮기는 선수)'이 됐다. 이천수는 튀는 행동과 언변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전남 소속이던 지난 2009년 팀을 무단 이탈해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2008년 AS 모나코(프랑스)로 이적한 박주영도 이후 여러 차례 팀을 옮겼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병역기피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2013년 5월 스페인 바스크 지역지 데이아는 '박주영은 이천수의 재탕'이라고 비꼬았다.



두 선수는 방황을 접고 마지막 불꽃을 피울 무대로 K리그를 점찍었다. 이천수는 세 시즌 연속 고향팀 인천에서 뛰고 있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이천수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영도 지난 달 7년 만에 친정팀 서울로 복귀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아직 몸상태가 75%밖에 안 올라왔다. 그래도 공격포인트를 올리면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통점이 많은 선수들 답게 친분도 두텁다. 이천수는 "얼마 전 (차)두리형, 주영이와 함께 만났다. 내 경험을 떠올리며 주영이한테 마음 편히 먹고 뛰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둘은 장군과 멍군을 불렀다. 박주영이 전반 9분 에벨톤이 얻은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차 넣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난 2008년 4월 15일 광주 상무전 이후 2562일 만에 K리그에서 골맛을 봤다. 이천수는 후반 4분 동점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이천수가 오른발로 올린 프리킥이 케빈의 머리를 거쳐 뒤로 흘렀고, 김인성이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이천수는 후반 33분 이진욱과 교체될 때까지 팀에서 가장 많은 3개 슈팅(유효슈팅 2개)을 기록했다.



경기 후 두 선수는 라커룸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또 한 번 서로를 안아줬다. 박주영은 "(이천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워낙 뛰어난 선수고 좋은 선배다.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이천수는 "주영이는 재능이 여전하다.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전북 현대는 12일 목포축구센터에서 두 골을 넣은 레오나르도를 앞세워 광주 FC를 3-2로 꺾었다. 전북(4승1무·승점13)은 울산(승점11)을 제치고 선두를 탈환했다. 수원과 전남은 1-1로 비겼다.



인천=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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