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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박물관에서 85년만에 코란 낭독

중앙일보 2015.04.12 17:46
“터키의 성소피아 박물관에서 코란 한 구절이 낭독됐다.”



11일(현지시간) 외신들이 타전한 소식이다. 박물관에서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 탄생을 기념하는 ‘선지자의 사랑’이란 전시회 개막식이 열렸는데 한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종교 지도자가 코란 한 구절을 낭독했다는 것이다. 터키 종교청이 주최한 이 행사엔 아흐메트 할루크 문화관광부 장관과 바시프 샤힌 이스탄불 주지사 등 고위 관리들도 참석했다.



이슬람 국가로 분류되는 터키인데 코란 낭독이 뉴스인가 싶겠지만 85년 만의 일이다. 일대 사건이다. 성소피아 박물관이 기독교·이슬람 충돌사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 때문이다.



성소피아 박물관은 비잔틴 제국 때인 537년 건립된 이후 1453년까지 동방정교회의 대성당이었다. ‘하기아 소피아’(성스러운 지혜란 뜻)로 불렸다. 1054년 로마 교황청에서 온 사절단이 이곳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발에 묻은 먼지를 터는 시늉을 한 게 동서 교회의 분열을 부른 원인 중 하나였다.



1453년 오스만제국의 메흐메트 2세가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지던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함락, 천년 왕국이던 비잔틴 제국이 멸망했다. 비잔틴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대성당 안에서 도륙이 이어졌다. 그러나 메흐메트 2세가 대성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운명이 바뀌었다. 그 역시 비잔틴 최고의 건축물에 감화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성당은 모스크로 개조됐다. 이슬람식 첨탑(미나레)을 세웠고, 내부의 모자이크 성화엔 회를 바른 뒤 코란 문자로 덮었다. 종교적 불관용 시대에 드문 ‘관용’의 사례가 된 것이다. ‘하기아 소피아’는 대신 ‘아야 소피아’로 불렸다.

1930년대 모스크의 운명은 다시 바뀌었다. 31년 문을 닫았다가 35년 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세속주의를 표방한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케말 파샤의 결정 때문이다. 모든 이에게 공개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성소피아 박물관에선 종교 행위는 철저히 금지됐다.



이번 코란 낭독으로 ‘금기’가 깨진 것이다. 사실 2002년 보수 이슬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물관을 모스크화하기 위한 이런저런 시도를 했었다. 2013년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가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세계적인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그리스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건을 두고도 그리스는 “(그리스 정교회의) 부활절 토요일에 벌어진 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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