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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지역이 살맛 나야 나라가 산다

중앙선데이 2015.04.12 03:08 422호 30면 지면보기
1995년 6월 27일 지방선거로 부활한 민선 지방자치가 올해 20년 성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시행 초기에 가졌던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필수인 권한과 재정을 중앙에 그대로 남겨두고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행한 지방자치’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자조적인 말도 생겨났다.

지방자치는 가장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것으로 검증된 제도다. 주민이 뽑은 대표가 주민과 함께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고 책임도 지는 생활 자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서구와 달리 밑으로부터의 간절한 소망을 다지고 다져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에 의한 위로부터의 선택이었다. 그러다 보니 방향은 옳았지만 내용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성년이 된 지금도 실질적인 내용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선자치 출범부터 줄곧 현장을 지켜오면서 위로부터 주어진 지방자치의 태생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았다. 현재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은 7 대 3 정도다. 그마저도 지방이양 사무는 대부분 단순사무 위주다. 재정문제는 더욱 심각해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8 대 2 정도다. 더군다나 실제 집행은 4 대 6으로 지방이 더 많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해가 갈수록 악화되어 97년 63%이던 것이 지난해는 44.8%로 곤두박질쳤다.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는 자치단체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123곳에 이른다. 대다수의 지자체들이 국비 확보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권한이 없고 재정이 취약한 구조이다 보니 주민 생활에 당장 필요한 사업들마저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현장에 문제가 생겨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 집중이 수도권 집중으로 직결되어 지역 간 불균형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추풍령 이남의 비수도권 지역은 산업기반이 붕괴되고 인구가 감소하고 자본이 유출되는 등 자치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토의 12% 면적인 수도권 지역에 인구가 50%, 금융이 67%, 대기업 본사가 88%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이 곧 대한민국이 아니며, 거대한 공룡이 되어버린 수도권 혼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다. 지방이 강력한 성장엔진이 되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을 때만이 대한민국은 내일의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지방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근본적으로 지방은 역량이 부족해서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에 따라 생존권 차원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는 지방의 목소리마저 외면해 왔다. 산업화 시대에는 구미·울산·포항·여수·대전 등 지역별로 산업을 일으켰는가 하면 거점 국립대학을 육성해 그나마도 지방에 희망이 있었다.

자식을 키워 분가를 해 주면 처음에는 좀 부족하더라도 야단도 치고 격려도 하면서 자기 힘으로 책임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면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때까지 중앙정부의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와서 지방자치의 열차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선 분권·재정·균형이라는 3대 어젠다를 함께 풀어야 한다. 실질적인 자치권이 보장돼야 하고, 자주재정이 확충되어야 하며, 중앙·지방 간 소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국회에 법률적 검토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중앙정부에도 지방의 의견이 국정에 반영될 수 있는 추진 기구를 갖춰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도 벌써 3년차에 접어들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등 핵심 국정기조들이 서서히 그 결실을 맺어가고, 규제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지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대통령께서 취임할 때 선언한 국민행복시대를 가져오는 민생의 현장이 바로 지방이기 때문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제는 불행한 지방자치의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지방에 살아도 살 맛 나고 행복한 나라, 희망의 새 시대가 열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관용 1942년 경북 구미 출생. 대구사범학교를 나와 교사로 재직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구미시장 3선에 이어 경북도지사도 3선을 한 전국 유일의 6선 단체장이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 공동회장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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