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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투자은행으로 가는 길

중앙선데이 2015.04.12 03:09 422호 30면 지면보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든 이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진앙 격인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그간 끊임없는 법적 송사 및 이에 따른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도적인 몇몇 대형투자은행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극적인 양적 완화정책 및 초저금리 유지와 같은 외부 환경을 배경으로 적극적인 영업전략 수정과 강력한 구조조정을 했다. 이에 힘입어 위기 이전에 비해 오히려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일즈와 트레이딩(고객 직접상대 및 판매된 금융상품과 관련된 트레이딩)’ 및 고객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를 수익의 양대 축으로 하고 전후 연관 수익유발 효과가 높은 수수료 위주의 인베스트 뱅킹 (기업금융부문)과 자기자본투자가 균형잡힌 수익구조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월가의 선도적인 투자은행에 해당되는 국내의 대형 증권사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많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월가의 투자은행 내 3개 부문이 균형을 이루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담보하는 변신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그 이면에는 은행과 차별화하고, 증권사에 걸맞은 보다 과감한 위험 감수 및 적정 수준의 부채비율(Leverage) 구축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회사가 처한 경영 상황에 따라 상이한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으나 대형 투자은행을 지향하는 회사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우선 대차대조표 확대를 통해 자체 생산하는 투자금융상품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이에 수반되는 위험의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적정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최근 들어 발행이 크게 늘고 있는 ELS(주가연계증권)와 같은 구조화한 투자 상품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적절한 부채비율의 구축 없이 시장이 기대하는 적정 수준의 ROE 달성은 불가능하다. ROE는 금융회사 성적 평가의 핵심지표이다. 자체 생산 상품을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자산관리 부문의 기능 강화도 필수다. 선도적인 투자은행들의 경우 자체 생산 상품의 최대 수요자가 바로 동일 은행 내 자산관리 부문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보다 과감하게 인수 관련 업무를 활성화해 우량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들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에 대형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본금을 확충한 이유도 위와 같은 업무 확대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 단지 자본금을 포함한 외형 확대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서 은행의 예금 중심 상품으로는 금융상품에 대한 시장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음은 자명하다. 적절한 위험관리를 통해 기대수익률을 높인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증권사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다.

금융당국도 큰 틀의 규제는 엄격하게 유지하되 정해진 범위 내에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서 증권사들의 활동영역을 넓혀 주어야 한다. 일부 외국 투자은행들의 무분별한 사업행태와 그에 따른 시장실패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이미 성숙한 자본시장에 강력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국내 증권사들의 성장 가능성 및 이에 따른 다양한 금융상품 출현의 싹을 아예 잘라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내부적으로 미래전략에 관한 치열한 논의, 그리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동반한 체질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모델로 재무장한 대한민국의 대표 대형투자은행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박동영 한성대 특임교수 전 대우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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