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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링겐 바흐축제 초청받은 서울모테트합창단
모테트합창단은 1989년 창단된 국내 유일의 민간 프로 합창단이다. 서울시 전문예술법인 1호 지정(2001),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음악부문 대통령상 수상(2005), 대원음악상 연주상 수상(2011) 등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2002월드컵 기념 일본정부 초청을 비롯해 독일·미국·캐나다·러시아 등 해외공연도 숱하게 해왔지만 이번 공연은 특별하다.
“성악 합창 부문에서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은 것은 센세이션”이라는 것이 창단 때부터 모테트를 이끌고 있는 박치용(52) 상임지휘자의 자랑이다. “합창, 특히 종교음악은 언어에서 오는 철학과 정신적 개념의 문제이기에 동양인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국악기 연주로 경지에 오른 외국인은 있지만 시조창이나 판소리를 우리 정서로 하는 외국인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우리 음악계에 대단히 영광스런 일입니다.”
이런 성과는 순수 합창음악을 향한 박 지휘자의 외골수에 가까운 신념에서 비롯됐다. 촉망받는 성악가였던 스물여섯 나이에 ‘합창을 통해 한국의 음악문화를 높이겠다’는 열정 하나로 모테트를 세운 것. “한국에 좋은 독주자는 많죠. 하지만 음악적으로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좋은 오케스트라, 합창단, 앙상블이 많아야 됩니다. 음악은 인간이 받은 가장 귀중한 선물이기에 영혼까지 치유하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욕심도 컸죠.”
교회 음악을 내세운 음악단체이기에 태생적 재정난에 허덕여야 했지만 후원을 포기하더라도 결코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 “아직 사회적으로 합창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지자체가 통째로 인수하려는 시도는 더러 있었죠. 하지만 근대 서양음악의 뿌리인 모테트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합창음악을 실현한다는 우리 목표를 포기할 순 없었어요.”
사정이 이러니 ‘진짜 음악’에 대한 신념이 강한 사람만 모일 수밖에 없고, 연주활동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은 역으로 합창단 실력 향상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조직원리보다 가족적 친밀함으로 엮인 끈끈한 관계지만 ‘지고지순한 합창음악’을 추구하는 박 지휘자의 철학은 결코 타협이 없다.
“결혼 축가도 대충 부르면 안됩니다. 어떤 자리에서든지 우리 혼을 담아야 하니 적당히 넘어갈 수 없죠. 제가 이러니 단원들은 물질·음악·정신 모두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바흐의 모테트 BWV227 ‘예수는 나의 기쁨’, 칸타타 BWV131 ‘여호와여 내가 깊은 데서 부르짖나이다’등과 함께 김지영의 ‘오우가’도 부른다. “윤선도의 시는 한국의 정서를 온전히 담고 있죠. 음악적으로도 적절히 현대적이면서 난해하지 않은 뛰어난 곡입니다. 기왕 가는데 우리 문화와 정서를 전하는 역할도 해야겠죠.”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서울모테트합창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