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새우 머리·껍질로 우린 육수 토마토 소스와 만나 시원한 맛

중앙선데이 2015.04.11 16:12 422호 28면 지면보기
이번 아일랜드 편은 모든 면에서 파격이었다. 우선 대사 배우자라고 하면 ‘부인,’ ‘여성’을 먼저 떠올리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요리사로 나선 이는 아일랜드 여성 대사 앙엘 오도노휴의 남편인 피터 불른(56)씨. IBM에서 일하는 그는 기사가 운전하는 대사관 차량 대신 직접 차를 몰고 나타나 카우보이처럼 쾌활한 미소를 던졌다. 그는 비록 국적이 미국이지만 아일랜드식 해물 수프 ‘피시피시 시푸드 차우더(Fishy Fishy seafood chowder)를 능숙하게 만들어냈다. 이 뜨끈한 국물요리에 화답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연회 주방의 신승균 팀장이 한국의 보양식 삼계탕을 준비했다.

<4> 주한 아일랜드 대사 남편의 ‘피시피시 시푸드 차우더’

맵게하면 해장용 … 파스타·누룽지와도 잘 어울려
“대개 새우 요리에는 몸통만 쓰이고 머리와 껍질은 버려지잖아요. 저는 그게 아까워요. 잘 아끼는 한국인을 닮았나 봐요. 그래서 이 요리가 특히 좋답니다. 새우 머리로 근사한 국물을 만들거든요.”

불른 씨가 호텔 주방에서 새우를 손질하며 말했다. 새우 머리와 껍질이 주재료인 피시피시 시푸드 차우더는 오도노휴 대사의 고향인 아일랜드 카운티 코크(County Cork)의 피시피시(Fishy Fishy)라는 레스토랑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부부 모두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인지라 둘만의 원칙도 있다. 새우 요리를 하고 나면 머리와 껍질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다음날 반드시 피시피시 시푸드 차우더를 만든다는 것.

불른 씨는 회계학을 전공한 공인회계사답게 정확하게 계량을 해가며 신중하게 수프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아내의 나라이며 제 2의 고향인 아일랜드 요리에 대한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전통 아일랜드 요리는 스튜(고기와 채소를 넣고 천천히 끓인 요리)와 집에서 만든 빵과 감자가 주를 이루는데요, 건강식이죠. ‘푸른 섬’이라는 별명답게 신선한 해산물, 최고급 육류와 유제품을 사용하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음식에 아일랜드의 명물인 기네스 흑맥주를 곁들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니까요.”

한 시간가량 지나 완성된 차우더는 새우 본연의 풍미와 새콤한 토마토 소스가 어우러진 맛이었다. 한 입 먹어본 신 셰프는 국물이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미국 차우더와 아일랜드 차우더의 차이점에 해답을 찾은 듯했다. “아메리칸 스타일은 걸쭉하잖아요. 근데 이건 국물의 자연적인 맛이 살아있어요. 토마토가 들어가면서 시원한 맛을 살려준 것 같아요. 미국 것은 허기졌을 때 먹으면 좋고, 아일랜드 것은 전채로서 가볍게 먹기 좋겠네요.”

한국인 입맛에 맞게 좀 바꿔본다면 어떻게 요리할 수 있을까. 신 셰프는 새우하고 야채들을 한 시간 이상 더 오래 끓이면 더 진한 맛이 날 것 같다고 알려줬다. “국물을 조금 더 맵게 하면 해장에도 좋을 것 같아요. 파스타나 누룽지를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누룽지의 바삭함과 구수한 풍미가 국물과 좋은 짝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 사이 블룬 씨가 피시피시 시푸드 차우더와 환상의 궁합이라며 집에서 미리 만들어온 흑갈색 소다빵(효모 대신 탄산수소나트륨을 넣어 부풀린 빵)을 내놓았다. 겉은 딱딱하고 바삭바삭한데 속은 촉촉한게 구수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차우더와의 식감과 은근한 대비와 조화를 이뤘다.

한약재 줄이고 육수 맛 제대로 낸 삼계탕
이번엔 신 셰프가 삼계탕을 소개할 차례다. 한국의 대표적 건강식으로 국물 요리 중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거부감이 적고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조리법이 단순하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재료를 구하기 쉬운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면서 신 셰프는 기존 삼계탕과 차이점을 뒀다. 흔히 삼계탕에 들어가면 좋다고 생각하는 한방 재료를 절제했다. 닭뼈·마늘·인삼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대신 육수를 만들 때 닭 가슴살도 같이 넣어 나중에 따로 샐러드에 곁들여 먹으면 좋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삼계탕에 인삼 같은 부속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면 맛있는 줄 알아요. 근데 그게 아니랍니다. 닭 뼈를 가지고 육수를 어떻게 뽑아내느냐가 중요해요. 인삼이나 황기를 많이 넣으려면 한방차 끓여 먹는 게 낫죠.”

형태 역시 달랐다. 찹쌀밥으로 감싼 닭다리롤을 선보였다. 삼계탕을 좀 더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특별요리였다. “삼계탕을 한입에 넣기 좋게 닭고기와 찹쌀을 김밥처럼 만 거예요. 한식의 현대화라고 볼 수 있죠.”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불른 씨가 감탄했다. “굉장히 놀라워요. 제가 지금까지 봐온 삼계탕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한 번도 이런 삼계탕을 보지 못했어요.”

삼계탕이 완성되자 불른 씨는 한 입 먹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여 셰프를 향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제가 먹어본 삼계탕 중에 최고예요. 육수가 정말 훌륭하군요. 집에 가서 꼭 시도해 볼 거예요.”



● 피시피시 시푸드 차우더 (6인분)
주재료: 새우 머리와 껍질 500g, 연어와 흰 생선 375g (1:1 비율로 채 썰어 혼합), 당근 2개, 양파 1개, 토마토 퓌레 100g, 마늘 2개, 고수 2Ts, 마른 사철쑥 2Ts, 물 3L, 식용유 100mL, 소금 약간, 크림 200mL,
루 재료: 무염 버터 100g (상온 보관), 밀가루 100g

만드는 방법
1. 당근, 양파, 마늘, 고수를 채 썰어 놓는다.
2. 냄비에 식용유를 부어 중간 불에 끓인다. 연기가 피어 오를 때 새우 머리와 껍질, 당근, 양파를 넣는다. 재료들을 8~10분동안 강한 불에 볶으면서 으깬다.
3. 여기에 토마토 퓌레와 물을 넣고 30분간 끓인다.
4. 끓인 것을 체를 이용하여 다른 냄비에 붓는다. 체에 걸린 재료는 국자를 이용해 으깬 다음 붓는다.
5. 여기에 마늘과 고수를 채 썬 것을 사철쑥과 함께 넣고 중간 불에 끓인다.
6. 작은 그릇에 버터와 밀가루를 섞어 루를 만든다. 5에 조금씩 부으며 저어준다.
7. 소금 간을 한 뒤 썬 생선과 크림을 넣고 천천히 저어준다.
8. 약한 불에 4분간 끓인다.

● 삼계탕 (6인분)
육수 재료: 닭뼈 1kg, 물 5L, 생강 100g, 마늘 100g, 황기 50g, 대파 100g, 양파 100g, 통후추 20알
롤 재료: 닭다리 500g, 인삼 80g, 대추 100g, 찹쌀밥 100g, 소금 5Ts, 후추 5Ts
기타: 소창

만드는 방법
1. 닭 뼈를 흐르는 물에 6시간 이상 담가 핏기를 제거한다.
2. 3L의 끓는 물에 중간 불로 닭 뼈를 5분동안 데친다 (불순물 제거를 위함).
3. 데친 닭 뼈에 물 2L, 생강, 마늘, 황기, 대파, 양파, 통후추를 넣고 강한 불로 끓인다. 끓어 오르면 중간 불로 줄여 1시간 끓인다. 도중에 떠오르는 거품은 제거한다.
4. 육수가 충분히 우러나면 소창에 육수를 걸러 준다.
5. 뼈를 제거한 닭다리를 도마에 놓고 밀대로 두들겨 1cm 두께로 만든 다음 소금 2t 후추 2t로 밑간을 한다.
6. 잔 뿌리를 제거한 인삼을 5 x 0.3 cm로 채를 썰고 대추는 씨를 제거 후 0.3 cm 두께로 채를 썬다.
7. 도마에 김발을 깔고 그 위에 젖은 소창을 깐 다음 5번의 닭다리를 넓게 편다. 그 위에 찹쌀밥 100g을 넓게 깔아주고 인삼과 대추를 가운데에 놓아 김밥 말듯이 둥글게 만다.
8. 15분 간 찜통에 넣은 뒤 2cm 두께로 둥글게 잘라 접시에 담는다. 그 위에 육수를 붓는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