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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진영논리 갇혀 표류 … 합리적 대화로 풀어가야

중앙선데이 2015.04.12 00:49 422호 12면 지면보기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해수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가 표류하고 있다. 특조위는 지난해 11월 제정된 세월호특별법이 규정한 독립적 조사기구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게 설립 목적이지만 법 통과 4개월이 지나도록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표면적인 원인은 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싼 특조위와 정부(해양수산부) 간의 갈등이다. 하지만 실제론 세월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고질적 진영논리와 불신의 벽이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월호 1년] 진실과 치유

 지난달 5일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17명의 특조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때만 해도 특조위의 표류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구성과 인원 등을 놓고 잡음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며 “특조위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활동을 방해하려는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해수부가 세월호특별법의 세부 실행계획을 담은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갈등의 수위가 높아졌다. 특조위는 같은 달 29일 전원회의를 열어 시행령안의 철회 요구안을 의결했다. 출석 위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찬성했고, 조대환 부위원장 등 여당 추천위원 3명과 대법원이 추천한 김선혜 상임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여당 추천위원들은 이튿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를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특조위 내부에서까지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해수부 시행령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빚어지는 이유는 뭘까. 이 위원장을 비롯한 피해자 가족, 야당 추천위원들은 “해수부 시행령이 모법(母法)인 특별법의 취지에 어긋나고 특조위의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서로를 못 믿는 여야 추천위원들
지난 2월 특조위 준비단은 총 120명의 인원으로 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 소위원회와 별도 지원 부서인 사무처를 구성하는 직제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진상 규명과 조사를 맡는 진상규명국은 진상규명소위 위원장 아래 뒀다. 특별법 협의 과정에서 여야는 진상규명소위 위원장은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맡기로 합의했다.

 반면 해수부는 여당이 추천한 조대환 부위원장(사무처장 겸직)이 지휘하는 사무처 아래 진상규명국을 두도록 했다. 안전조사국과 지원국은 과로 축소했다. 인원도 법이 정한 최대 인원(120명)보다 적은 90명으로 정했다.

 특조위는 해수부 시행령이 ▶정부 조사자료 분석 및 조사로 활동범위를 축소했고 ▶안전사회건설 종합대책 수립을 해양사고로 국한했으며 ▶파견 공무원 중심의 조직 구성으로 특조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운 상임위원은 “해수부 고위 공무원이 진상규명 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피의자가 스스로를 수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표출된 갈등의 원인은 시행령이지만 정부와 여당 추천위원, 이석태 위원장과 피해자가족 추천위원들 사이에는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 여당 추천위원들은 “특조위 회의에 참석하면서 이 위원장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 계열’ 위원들의 편향된 시각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여당 추천위원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모든 책임이 있고 심지어 뭔가 은폐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특조위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해 내년 총선, 심지어 다음 대선정국까지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다른 여당 추천위원은 “주요 결정 때마다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느낌을 받는다”며 “편을 가르는 건 아니지만 야당 추천위원 5명과 가족 추천위원 3명에 특별법 초안을 만들었던 대한변협 추천위원만 더해도 과반수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추천위원들 역시 여당 추천위원들과 해수부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는다. 특조위 준비단에 참여한 한 인사는 “여당 추천위원들과 해수부는 처음부터 특조위 활동이 검찰 수사나 정부 조사 결과의 범위를 넘어서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소모적인 갈등·분열 빨리 끝내야
갈등은 일단 소강상태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선체 인양 적극 검토’ 발언이 나왔고 해수부도 시행령의 국무회의 상정을 일주일 미뤘다. 김양수 해수부 대변인은 “특조위가 제기한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오해가 없도록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번 주에 시행령 수정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특조위와 해수부가 서로 타협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조위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극단적 주장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등장했던 진영논리나 이념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영논리 타파를 위한 학자들의 모임 ‘진영을 넘어’에 참여 중인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 과정의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을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극단을 제거하고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 다수가 여론을 이끌어야 하는데 학계·언론·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신대 윤평중(정치철학) 교수도 “가치판단이 사실 판단을 압도할 때 우리 사회에서 진영논리에 따른 갈등이 반복돼 왔다”며 “사실과 합리성에 따른 대화나 교섭보다는 집단 양극화(group polarization)에 따라 극단적 얘기가 부풀려지고 그에 휩쓸려 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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