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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없는 JD닷컴, 알리바바 뛰어 넘을 수 있다

중앙선데이 2015.04.12 01:49 422호 21면 지면보기
JD닷컴은 2014년 5월 22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됐다. 기업공개 행사에 참석한 류창둥(가운데) JD닷컴 회장이 손뼉을 치고 있다. [블룸버그]
류창둥(劉强東·41) 중국 징둥상청(京東商城·JD닷컴) 회장과의 만남은 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인터뷰 요청서를 보내고 일정을 잡은 뒤에도 몇차례 언론 담당자와 비서로부터 확인 전화를 받았고 약속시간 1시간 전까지도 “약속 잊지 않으셨죠?”라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그럴만도 했다. 한해에 46조원어치의 물건을 사고 파는 중국 2위, 세계 4위의 전자 상거래업체를 이끌고 있는 그에겐 1분 1초가 금쪽일테니….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 류창둥 회장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나가자 류 회장이 와 있었다. 그는 “징둥의 배송이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고 싶어 5분 먼저 와서 기다렸다”며 웃었다. 류 회장은 20대에 2만 위안(360만원)으로 창업해 11년만에 중국 부자 랭킹 9위로 올라섰다. 외국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보다 덜 알려졌지만 중국 내에선 그 못지 않은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알리바바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전자상거래로 성공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중국의 유통업이 낙후된 현실이 내겐 기회였다. 중국 땅덩어리가 너무 넓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한국은 동네 어딜 가든 대리점이 있어 삼성이나 LG 휴대폰을 살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한 도시 안에선 구할 수 없는 물건이 많다. 다른 도시에 나가 그런 물건을 사자면 돈도 돈이지만 꼬박 하루 이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류 회장의 첫 사업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이었다. 6년동안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서 전자제품 판매업체를 운영하다 2004년 지금의 온라인 전용 업체로 전환했다. 당시 중국을 휩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던 때를 틈탄 발빠른 대응이었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닌데.
“관건은 물류다. 물류비용을 줄이고 빠른 배송체계를 갖추는 기업만 살아 남을 수 있다. 중국 땅이 넓다지만 지금 우리 물건의 절반 이상은 하루 안에 배달된다. 나는 현재의 물류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꼬박 8년간 투자했다. 40여 개 도시에 대형 창고 123곳을 확보했고, 3210곳에 배송거점을 구축했다.”

실제로 징둥을 비롯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배송은 초특급이다. 베이징을 비롯한 도시 지역의 경우 밤에 주문해 놓고 잠들면 이튿날 아침 출근 전에 물건을 받아 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미국의 아마존처럼 무인기(드론)로 배송하면 더 빨라지지 않을까.
“그건 중국의 현실엔 맞지 않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비율이 압도적이라서.”

-물류도 중요하지만, 실물을 보지 않고 구매를 하는 전자상거래의 속성상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중국 최고다. 징둥 물건에는 짝퉁이 없다. 세계 50개 국가의 브랜드 상품이 징둥에서 판매되는데 진품인지 아닌지 철저히 검증한다. 가격은 알리바바보다 비싸지만 믿음이 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찾아온다. 진품 제일주의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이건 철칙이다. 가령, 요즘 한국 화장품이 인기인데 징둥에서 가짜 제품이 팔렸다고 치자, 그럼 한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겠는가. 징둥 사이트에 물건을 공급하는 기업들을 보호하는 건 우리의 의무다. ‘짝퉁 제로’ 정책이야말로 징둥이 알리바바도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물류와 신뢰에 이어 징둥의 다음 관심사는.
“인터넷 금융이다. 고객들이 인터넷 결제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모든 사업은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우리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징둥의 한국 제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안다.
“한국 제품이 징둥상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 정도다. 국가별로 보면 적은 것 같아도 삼성의 기여도는 압도적이다. 삼성 제품만으로 100억 위안(1조 7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단일 브랜드로 보면 2위 수준이다. 과거의 징둥 상품은 전자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한국 제품이 특히 중요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게 8년 전인데, 삼성 LG의 질좋은 전자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년 동안 징둥은 비(非)전자 제품의 비중을 크게 늘려 지금은 이 분야가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모두 14개의 상품 카테고리가 있는데 특히 화장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럽 화장품이 주로 팔렸지만 지난해부터 한국 제품이 들어왔다. 내년쯤 되면 중국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한국에서 유행하는 화장품을 사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징둥상청을 중국 내수 시장으로 통하는 문으로 봐줬으면 한다. 지난달 하순 한국에서 설명회를 열었는데 한국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500석 좌석을 준비했다가 결국 800석까지 늘렸다.”

-류 회장을 비롯한 성공신화 덕분에 중국에선 젊은 세대들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
“나는 제 2의 류창둥이 나올 수 있고, 또 나와야 한다고 본다. 종업원 36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11년만에 7만 5000명으로 늘어난 건 인재를 키운 덕분이다. 기업에 중요한 건 필요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는 ‘징둥 대학’이란 이름으로 창업 학교를 세웠다. 이건 징둥 내부에서의 인재 육성이다. 물론 외부에서도 창업자에게 투자하고 관리도 하고 있다. 올해 1억 위안 이상을 들여 창업기금을 만들었다.”

-징둥을 이끌어가는 경영 좌우명은 뭔가.
“아까도 말했지만 고객 우선주의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자는 게 징둥의 정신이다. 상인이기에 앞서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도덕과 법률을 지켜야 한다. 1등 기업이니까 뭔가 잘났다거나 뭔가 특별하다거나 하는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류창둥 1974년 장쑤(江蘇)성에서 태어나 베이징 런민(人民)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재팬라이프(Japan Life)라는 일본계 건강보조기구 업체에 다니며 모은 2만 위안(360만원)으로 24세때인 1998년 창업했다. 지난해 매출은 2602억 위안(46조 3000억원), 한국 전자상거래 총액보다 더 많다.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했다. 개인 자산 530억 위안(9조 3000억원)으로 중국 부호 순위 9위다.


보아오(하이난성)=예영준 특파원 서유진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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