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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채식? 고기도 먹어야 항암제 견뎌

중앙선데이 2015.04.12 01:55 422호 22면 지면보기
지난달 20일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암 예방의 날’ 행사 광경. 암에 걸리면 무조건 채식을 해야한다고 오해하는 환자가 많지만 의사들은 암을 이기기 위해선 오히려 고기 등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중앙포토]
일본 게이오대(慶應大) 의대 방사선과 강사인 곤도 마코토(近藤誠) 박사는 일본 의사 사회에선 ‘왕따’다. 그는 의사들이 싫어 할 말만 골라 한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요령』과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는 책도 썼다.

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곤도 박사의 책엔 “암은 진짜 암과 유사 암이 공존한다. 유사 암은 방치해도 진짜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진짜 암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다. 진짜 암이건 유사 암이건 수술을 받지 않는 쪽이 고통이 적고 오래 산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암은 방치하는 게 낫다. 치료는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며 항암제는 효과 없다”고도 했으니 일본 의사들 사이에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힐만도 하다.

물론 한국의 의사들 중 다수는 곤도 박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치료의 기본부터 찬반양론이 존재할 만큼 암은 아직 잘 모르는 것이 허다한 질병이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앤드류 웨일 박사는 “암은 인류의 영원한 맞수”라고 표현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병법서 『손자(孫子)』의 ‘모공편(謀攻篇)’에 나오는 필승 전략이다. 암을 제대로 알아야 극복할 수 있는데 마음이 약해진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잘못된 의학 지식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암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가수 이문세씨는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갑상샘암 수술을 두 차례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갑상샘을 수술하면 목소리가 변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잠깐 쉰 소리가 나는 정도이고 수술 중 신경을 건드려 목소리 이상이 생기는 비율은 1% 안팎이다. 이 경우에도 치료를 받으면 음성을 되찾을 수 있다.

암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다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다. 세균·바이러스 등의 감염이 원인이 돼 암에 걸리기도 한다. 위암(헬리코박터균), 간암(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 자궁경부암(인유두종 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 암연구소(IARC)는 2008년 전 세계에서 새로 암에 걸린 1270만 명 중 200만 명(16.1%)은 감염에 의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암환자를 수발하는 사람에게 암이 직접 전파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암 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같은 공기를 호흡한다고 감기처럼 암이 옮겨지진 않는다.

‘암이 유전된다’는 것도 오해다. 유전적 소인은 있지만 유전병은 아니다. 한 가계 안에 같은 암에 걸린 사람이 여럿 있는 경우가 있다. 가족 내의 여러 사람이 담배연기와 같은 동일한 발암물질에 노출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육식(肉食)을 즐기면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여전히 양론이 팽팽하다. 비만이 대장암 발병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대체로 인정된다. 술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보다 간암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것도 근거가 없는 얘기다.

‘암을 이겨내려면 채소만 먹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의사들은 암 환자에게 ‘고기를 먹을 것’을 권한다. 암 환자가 힘든 항암치료 과정을 극복하려면 고기 등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암은 통증이 심하다’는 것도 부풀려진 얘기다. 말기엔 통증이 동반되지만 초기엔 통증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도움말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전후근 암병원장, 경희대병원 외과 민선영 교수,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갑상선·두경부외과 이승원 교수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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