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짜릿한 수퍼카 액션, 폴 워커 짠한 안녕 - ‘분노의 질주:더 세븐’

중앙일보 2015.04.12 00:01
[매거진M] 시네마 썰전



12년 동안 23억8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전설적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2001~). 그 일곱 번째 작품이자 배우 폴 워커의 유작이 된 ‘분노의 질주:더 세븐’(이하 ‘더 세븐’)이 공개됐다.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도가 각기 다른 기자 세 명이 모여 솔직한 감상을 나눴다.







-J씨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고 나면 그 강렬함을 못 잊어 항상 과속의 유혹에 빠진다. 그만큼 영화 속 자동차와 레이싱에 과도하게 몰입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이번에는 단순히 ‘속도’에만 열광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고 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H씨

시리즈를 줄곧 지켜본 팬이다. 땀과 엔진 오일 냄새 물씬한 이 영화의 마초성에 강하게 매료됐다. 이번 편은 전편보다 더 스펙터클해진 액션과 볼거리에 만족스러웠지만, 시리즈가 거듭하면서 점점 2% 부족해지는 듯한 허전함이 느껴진다.



-N씨

‘분노의 질주’의 비읍자도 모른 채 폴 워커의 얼굴만 좋아하던 초짜 관객. 이렇게 재미있는 시리즈를 왜 이제 봤나 싶을 정도로 카 레이싱의 세계에 푹 빠졌다. 자동차의 속도감과 맨몸 액션의 절묘한 조합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J씨 / 이번 일곱 번째 시리즈 어떻게 보셨나요.



N씨 / 스트레스 제대로 풀어주는 괜찮은 팝콘 무비였어요. 휘황찬란한 자동차 구경부터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액션까지 모두 맘에 들었어요.



H씨 / 이젠 완전한 블록버스터의 스케일을 갖췄더군요. 시리즈 초기작이 자동차를 이용해 도둑질하는 케이퍼 무비였다면,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2011, 저스틴 린 감독)부터 규모가 커졌죠.



J씨 / 맞아요. 자동차 액션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시리즈로 정점을 찍었더군요. 액션의 고전 소재인 자동차로 이토록 예측 불가능한 액션을 구현했다니 놀랍습니다. 자동차로 스카이 다이빙을 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퍼카 라이칸 하이퍼스포트를 끌고 고층 건물을 관통하잖아요.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죠. 다들 어떤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던가요.



N씨 / 극 초반 아제르바이잔 코카서스 산맥에서 버스에 갇힌 브라이언(폴 워커)이 탈출하는 장면이요! 버스가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직전 앞면 후드를 잡고 버스 위로 뛰어 오르잖아요.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꼭 쥘 정도로 아찔했어요. 배경 음악이 다소 과하긴 했지만 어쨌든 액션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던데요.



H씨 / 저는 그 장면을 예고편을 통해 봤기 때문에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전 이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할 만한, 팀 워크가 강조된 자동차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코카서스 산맥에서 도미닉(빈 디젤) 일당이 해커 램지(나탈리 엠마뉴엘)를 구출하는 대목이요. 일사불란하게 공격·방어 형태로 대열을 갖추는 장면을 보니 1편의 차량 강탈 장면이 떠올라 꽤 반갑더라고요.



J씨 / 이어서 도미닉이 낭떠러지를 향해 직진하는 장면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뒤에는 낭떠러지, 앞에는 적으로 에워싸인 도미닉이 80도 경사의 내리막길로 직진하잖아요. 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놀라면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제임스 완의 성공적인 블록버스터 입문작>



H씨 / 극 초·중반부터 눈길을 확 끄는 장면이 많았죠. 그래서 후반부 LA 장면에서 다소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도미닉 일당이 램지를 이 차에서 저 차로 옮기며 쫓아간다는 설정이 재미있긴 했는데 그 매력이 충분히 드러나진 않았어요.



N씨 완급 조절에 실패한 것 같기는 해요. 계속 몰아치는 전개 탓에 후반부에 이르러선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곤했어요.



J씨 / 언론 시사회 때 에너지 드링크를 나눠준 이유가 있었어요(웃음). 계속 단 것을 먹으면 혀가 무감각해지는 것처럼 아무리 화려한 액션이라도 계속 나오면 새롭지 않죠. 이는 ‘트랜스포머’ 시리즈(2007~)가 보여줬던 패착인데,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악수(惡手)가 있더군요.



H씨 / 저는 데카드 쇼 역이 다소 아쉽습니다. 쇼를 연기한 제이슨 스타뎀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팬들이 직접 캐스팅한 배우이기도 해요. 빈 디젤이 영화 제작 전에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더 세븐’에 참여했으면 하는 배우를 물었더니, 팬들이 스타뎀을 뽑았거든요. 기대가 컸는데 극 중 활약은 미비하더군요. 후반부에선 도미닉만 쫓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N씨 / 하지만 도미닉 일당의 캐릭터 여섯 명은 매력적이었어요. 쇠 파이프를 붕붕 휘두르는 도미닉의 액션, 브라이언의 날렵한 몸놀림, 로만(타이레스 깁슨)의 허세 가득한 개그 등등.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린 건 새로 투입된 제임스 완 감독 덕분인 것 같아요. 27세에 ‘쏘우’(2004)의 기획·연출을 맡아 감각적 호러영화의 귀재로 알려진 감독이잖아요. 액션 연출도 탁월하더군요.



J씨 / 미흡한 점도 있었어요. 장면이 기계적으로 전환돼 리듬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램지를 구출한 뒤 ‘우린 중동으로 간다’고 하자마자 곧장 비행기 장면이 이어지는 식이죠.



H씨 / 맞아요. 속도감 있게 시공간을 건너뛰는 건 마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1996~) 같더군요. 부릉부릉 하는 자동차의 엔진음 같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특유의 거친 맛이 사라졌어요. 완 감독은 자신만의 특기를 잘 살려 이번 영화에서도 액션을 능숙하게 다룬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성공적인 블록버스터 입문작이죠. 하지만 ‘쏘우’ ‘컨저링’(2013) 같은 공포영화에서 보여줬던 탁월한 긴장감은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N씨 / 그래도 완 감독이 ‘옹박’ 시리즈(2003~)의 주연을 맡았던 액션 배우 토니 자를 이 영화에 영입해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어요. 브라이언과 키에트(토니 자)가 좁은 계단에서 판자 조각을 타고 미끄러지며 싸우던 장면도 흥미로웠어요. 그밖에도 볼거리 면에서 대단하다고 느낀 장면이 많았어요.









<폴 워커, 당신이 그리울 거야>



J씨 /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임엔 틀림없죠. 전 세계에 일곱 대 뿐인 수퍼카를 깨부수는 쾌감, 명차 두 대가 정면 충돌할 때의 긴장감 등을 체험하는 건 이 영화가 선사하는 최고의 즐거움입니다. 처음엔 중급 예산 규모의 카체이싱 무비로 시작했지만, 이젠 시리즈 사상 최고 제작비인 2억5000만 달러가 투입된, 더할 나위 없는 블록버스터가 됐어요.



H씨 / 아, 안타깝게도 이젠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워커를 볼 수 없네요.



J씨 / 이렇게 슬픈 블록버스터는 처음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했던 배우인데,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서글펐어요.



H씨 / 영화 내내 브라이언을 어떻게 퇴장시킬까 궁금해 하며 지켜봤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워커에 대한 최상급의 예우가 느껴지는 결말이더군요. 그를 죽음 건너편에 떠나보내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놓아줬다는 느낌이었어요. 시리즈의 쿨한 정서와도 잘 맞아 떨어졌고요. 엔드 크레딧의 삽입곡 역시 경쾌하고 밝은 랩 음악이었어요. 그래서 더 슬프긴 했지만.



N씨 / 전 마지막 장면을 보며 영화와 배우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워커는 이 시리즈에 출연하며 운전을 배웠고 스타가 됐죠. 그리고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영화와 삶이 묘하게 포개지는, 무척이나 슬픈 순간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J씨 / 전 반대로 현실과 영화의 괴리가 느껴져 애잔했어요. 영화에는 브라이언이 존재하는데 현실의 워커는 이제 없잖아요. 우산 없이 비를 맞은 것처럼 마음이 축축해지더군요.



H씨 / 그와 절친했던 디젤은 어땠겠어요. 디젤은 워커를 잃은 상실감을 자주 표현했어요. 그와 함께 게임 했던 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제임스 건 감독)에 나무 외계인 그루트를 연기한 후 심적으로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을 정도예요.



N씨 / 워커 없는 다음 편은 어떤 내용일까요.



H씨 / 제 예상으로는 이번에 감시 시스템인 ‘신의 눈’ 떡밥이 등장했으니, 이를 차지하려는 미국 정부와의 대결이 다뤄지지 않을까 합니다.



J씨 / 전파를 이용한 감시 시스템이라는 소재는 다소 식상했는데 이 소재를 계속 다룰지, 다룬다면 어떻게 풀지 두고 봐야겠네요.







글=지용진·고석희·김나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