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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능력 60~70대에 ‘활짝’

온라인 중앙일보 2015.04.12 00:01
70대 초반에 어휘능력이 절정에 달하는 이유는 지적 자극을 받을 기회가 많아서다.


[뉴스위크]

연령에 따른 인지능력 변화 부문별로 달라… 정보 처리 속도는 18~19세 절정, 단기 기억은 35세쯤 감퇴

과학자들은 빠르게 생각하고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 즉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이 20세에 절정에 달했다가 그 후 서서히 감퇴한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제 유동지능의 쇠퇴 과정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의 신경과 학자들이 최근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유동지능의 여러 요소가 각기 다른 연령에 절정에 달하며 40세가 돼서야 최고조에 이르는 요소들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연령에서든 유동지능의 일부 요소는 더 향상되고, 일부는 감퇴하거나 정체 상태를 유지한다”고 이 연구에 참여한 MIT 뇌·인지과학과 박사후 과정의 조슈아 하트숀이 말했다. “특정 연령대에 유동지능의 모든 요소 혹은 대다수가 절정에 달하지는 않는다.” 연구에 함께 참여한 MGH 정신과학·신경발달유전학과 박사후 과정의 로라 저민은 “기존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설명하던 뇌의 변화 과정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지능의 여러 요소 절정기 제각각



과거에는 인지능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하기가 힘들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연령부터 65세까지의 사람들을 대규모로 실험에 참여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트숀과 저민은 어떤 연령대라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인터넷에서 대규모 실험을 실시해 노화와 인지능력 변화의 관계를 좀 더 광범위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이들의 웹사이트 gameswithwords.org와 testmybrain.org는 몇 분 안에 완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지검사를 특징으로 한다. 연구팀은 지난 몇 년 동안 이들 사이트를 통해 약 300만 명이 제공한 자료를 축적했다.



2011년 저민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이 30대 초반까지 향상되다가 서서히 감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결과는 유동지능이 후기 청소년기에 절정에 이른다는 기존 이론에 배치된다. 또 비슷한 시기에 하트숀(당시 하버드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은 시각적 단기 기억이 30대 초에 절정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연구 결과에 흥미를 느낀 하트숀은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자료 일부가 결과를 왜곡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다른 자료원(source of data)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트숀과 저민은 수십 년 전 수집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들이 웩슬러 성인용 지능검사와 웩슬러 기억척도에서 얻은 점수를 검토했다. 이들 검사는 숫자 기억(digit memorization), 시각적 인지(visual search), 퍼즐 맞추기(assembling puzzles) 등 약 30개 부문의 인지능력을 측정한다.



하트숀과 저민은 새로운 분석법을 개발해 각 기능이 절정에 이르는 연령을 비교했다. “이들 인지능력이 각각 언제 절정에 이르는지 조사한 결과 일정 시기에 모든 능력이 절정에 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하트숀이 말했다. “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이 자료들은 하트숀과 저민이 원하는 만큼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인지능력 중 몇 부문을 골라 인터넷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먼저 웩슬러 검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연령에서 최고조에 달하는 인지능력 4개 부문을 골랐다. 여기에 웩슬러 검사에서 측정하지 않는 타인의 감정상태 인지 능력에 대한 검사도 포함시켰다.



하트숀과 저민은 조사대상자 약 5만 명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각각의 인지능력이 서로 다른 연령에 최고조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면 정보 처리 속도는 18~19세에 절정에 달했다가 그 후 즉시 감퇴하기 시작한다. 한편 단기 기억은 25세까지 계속 향상되다가 정체 상태를 유지한 다음 35세쯤 감퇴하기 시작한다. 타인의 감정상태를 인지하는 능력은 훨씬 더 나중인 40~50대에 최고조에 이른다.



유니언대학 심리학과 부교수 크리스토퍼 섀브리스는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인지심리학에서 보기 드물게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패턴을 발견하려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섀브리스 교수는 말했다. “이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각각의 인지능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방식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더 상세하게 조사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 인지능력이 각기 다른 시기에 최고조에 이르는 이유를 밝히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하지만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유전학적 변화나 두뇌구조의 변화가 그 요인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두뇌는 초기 성인기부터 중년기까지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듯하다”고 저민은 말했다. “문제는 그것이 뭘 의미하는가다. 세계 속에서 개인이 기능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 나이 들면서 변화하는 방식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구팀은 결정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 사실과 지식의 축적)을 측정하는 어휘검사도 실시했다. 분석 결과 결정지능은 기존의 인식대로 유동지능보다 더 늦은 나이에 최고조에 이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웩슬러 지능검사의 자료에 따르면 어휘능력은 40대 후반에 최고조에 이르지만 새로운 자료를 바탕으로 볼 때는 그보다 훨씬 뒤인 60대 후반이나 70대 초반에 절정에 달한다.



연구팀은 이것이 교육의 효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다량의 독서를 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나이 든 사람들이 지적 자극을 받을 기회가 더 생기기 때문이다.



하트숀과 저민은 현재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자료를 수집 중이며 사회적·감성적 지능과 언어능력,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을 평가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인지검사를 추가했다. 이들은 자료를 공개해 다른 과학자들이 다양한 유형의 연구와 분석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기존의 이론이 틀렸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제 문제는 올바른 이론을 찾는 것이다. 그 해답을 찾으려면 훨씬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해 연구를 더 많이 진행해야 한다”고 하트숀이 말했다.



[ 이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 방위과학·공학대학원 펠로십(NESEG)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글=ANNE TRAFTON NEWSWEEK 기자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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