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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작은 집 짓기…남의 집살이 벗어날 수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5.04.12 00:01
[여성중앙] 치솟는 전셋값, 남의 집살이의 설움 탓일까. 최근 서울 후암동에 작은 집을 지은 건축가가 있다. 그는 이 작은 집을 지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작은 집 짓기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 주택에서 살고 있다. 공동 주택이 만들어낸 형태는 단일 모듈 안에 거실과 주방을 가운데로 하고 양옆에 방을 만드는 형태다. 그리고 방과 방 사이에는 다용도실과 화장실이 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거실과 주방은 그 집의 중심에 자리한다. 절대적인 힘을 소유한 거실과 주방은 절대 둘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구조다. 가족 구성원이 생활하는 동선의 중심이며, 감시와 소통을 적절히 조절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거실과 주방이 외부 손님을 맞이할 경우 가족의 보호는 각 방이 담당하게 된다. 방은 각 개인의 절대적인 쉘터(shelter)로, 그 세대의 모듈로 대변된다.



공동 주택은 우리에게 작거나 큰 형태의 다양함을 주지는 않지만, 모든 평면의 동일한 거실 창이라 불리는 큰 창을 주었다. 그 거실 창은 모든 윈도우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모든 사람이 같은 사이즈에 비추는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었다. 이 모듈화된 거푸집은 각 층에 다른 삶의 형태를 담아두기 싫어한다. 각 동은 같은 세대를 수평으로 구성하고, 그것을 수직으로 쌓아 같은 삶, 다른 높이를 만들어주었다.



*이용의 건축가는 59.5㎡의 작은 집을 짓는 데 상상력을 발휘하면 작은 집에서도 동선이 다양해진다고 말한다. 최근 그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협소 주택을 지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공간건축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홈페이지(kinfolks.kr)에 가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단독 주택에 거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단독 주택지는 고급 주거가 아니면, 도시형 생활 주택과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다. 59.5㎡의 작은 땅에 거주하려면 대지가 일조권과 도로 사선을 이길 힘이 있어야 하며, 상상력이 뛰어난 건축주와 건축가가 필요하고, 공동 주택이 만들어낸 시공의 기술을 이겨낼 장인도 필요하다.



공동 주택과 같은 큰 거실도 없고, 이동하기 불편한 계단과 협소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선은 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1층은 남편의 거실, 2층은 아내의 거실, 3층은 아들 방, 4층은 부부 침실과 다실로 이루어지면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줄 것이다. 손님이 방문하더라도 각자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공동 주택과 같은 발코니와 창은 없지만, 각기 다른 위치에 다른 사이즈의 창들이 있어 풍부한 시선을 전달해 줄 것이며 아파트 단지의 넓은 외부 공간은 없지만, 가족만 쓸 수 있는 옥상 정원이 그 공간을 대체해줄 것이다.



공동 주택과 단독 주택은 삶의 방식이 전혀 다르다. 공동 주택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사는 거라면, 단독 주택은 가족 구성원이 살고자 하는 환경을 만들어 사는 것이다. 공동 주택에서는 살고자 하는 단지에서 평형대에 동과 호수만 정하면 되지만, 단독 주택에서는 동네와 이웃과 문화를 함께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



또한 가족과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상의하고 각각의 공간을 배열하고, 설계할 수가 있다. 애초부터 설계되어진 삶을 선택하는 것과 가족과 함께 설계한 삶을 선택하는 하는 것. 이 작지만 큰 차이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기획 여성중앙 강승민 기자, 사진 이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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