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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메모 작성경위 확인을" … 뇌물죄는 시효 남아

중앙일보 2015.04.11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0일 오전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우 의원과 메모를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완종 리스트’에 여권 인사들이 거명된 것과 관련해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하고 급거 상경했으나 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이를 대체하는 김 대표의 기자간담회도 취소됐다. [뉴시스]


이명박 정부 때 경남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현 정권 실세들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 수사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10일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작성 경위를 확인하고 법리를 검토해 보고하라”며 사실상 수사 지시를 내리면서다.

검찰 수사 앞으로 어떻게
자필로 확인되면 증거능력 인정
성 전 회장의 3G 폴더폰 2대 분석
통화·문자, 결정적 단서 가능성
측근 “경남기업 200억 비자금 중
30억 현금화 해 성 전 회장 전달”



 이에 따라 자원비리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가 자필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 검찰이 지난 9일 검시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점퍼 주머니에서 발견한 A4용지 3분의 2 크기의 메모에는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치인 8명의 이름(6명은 금품 액수도 기재)이 적혀 있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검 필적감정 결과가 나오면 다음 단계로 갈 예정”이라며 “장례가 끝나면 유족과 경남기업 임직원들에게 관련 자료 제출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경남기업이 조성한 200억원대 비자금 가운데 30억원가량을 현금화해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최측근의 진술도 확보했다. ‘성완종 리스트’와 해당 자금이 연계돼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가장 큰 변수는 돈이 오간 시점과 적용 혐의다. 성 전 회장 주장에 따르면 김·허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넨 시기는 2006년 9월과 2007년께로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당시 5년)는 지났다. 하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다. 내년 9월~2017년까지 시효가 남아 있다.





 김·허 전 실장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2012년 총선·대선 자금, 2014년 지방선거 자금으로 돈이 건네졌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가 가능해진다.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4·11 총선 및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당선됐다. 메모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도 관건이다. 형사소송법 314조는 진술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신빙성 있는 상태에서 메모가 작성됐는지가 증명되면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돼 있다. 성 전 회장의 자필이라는 점이 입증되면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일단 수사가 시작되면 메모에 언급된 당사자들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뇌물 공여자가 사망해 실체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 재력가 송모씨 피살사건에서도 뇌물 장부가 나왔지만 공여자가 숨져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성 전 회장이 남긴 두 대의 휴대전화가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두 폴더형 3G 피처폰으로 카카오톡 같은 스마트폰용 앱은 설치할 수 없으나 통화·문자메시지·인터넷 사용 등은 가능하다. 검찰은 이날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분석에 나섰다. 휴대전화에 담긴 음성 녹취파일 및 통화내역 분석 결과에 따라 파문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박민제·조혜경·윤정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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