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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이란 핵협상 잠정 합의와 북핵 문제

중앙일보 2015.04.11 00:05 종합 25면 지면보기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이란 핵협상 잠정 합의의 미래는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성패를 가를 요인이다. 이란만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전선(戰線)에서는 의회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문제다. 이란과 이룩한 잠정 합의가 오래 전 중단된 6자회담에도 영향을 미칠까.



 이란 협상과 북핵 협상에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양쪽 다 ‘기만의 역사’로 얼룩졌다는 게 공통점이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비밀 프로그램이 제2차 북핵 위기를 촉발했다.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는 의심을 계속 받고 있던 이란에서는 포드로에 농축 시설이 있다는 게 발견돼 국제사회에서 경보장치가 울렸다. 양쪽 모두 신뢰 수준이 극히 낮기 때문에 성공 여부는 철저한 사찰에 달렸다.



 이란 핵협상의 경우에도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6개국 간의 다자 협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에 독일이 더해져 협상이 진행됐다. 협상에 비판적인 미국 의회 내 세력은 이란 핵협상이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양자 협상이라고 말해 왔다. 한반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중국과 합심해서 협상에 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란에서 대타협을 성공시키려면 결국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제한을 가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고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를 허용해야 한다.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쪽 모두 핵심은 어느 정도까지 기존의 핵 프로그램을 용인하느냐다. 북핵 협상에서 핵심은 경수로다. 이란에서 문제는 이라크에 있는 원자로와 크게 진전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이다.



 중요한 차이점도 있기 때문에 이란 협상 타결이 북핵 협상에 영향을 미칠지 불투명하다. 한 가지 가능성은 6자회담의 재개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합의 그 자체만 보면 선례로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모두 있다. 긍정적인 면은 이란 핵협상 잠정합의의 사찰·감시 체계가 매우 강력하다는 점이다. 핵 연료 주기 전체와 원심분리기 제조가 사찰 대상이다. 합의에 따르면 심지어 이란의 민감 기술 수입을 감독할 국제위원회가 창설될 것이다.



 이번 합의의 또 다른 특징은 지정된 장소 외에서도 사찰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와 2000년대에 핵개발 활동을 숨김으로써 합의를 우롱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다. 북한의 2006년 핵실험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까지 드러났다. 하지만 시설이 어디 있는지는 몰랐다. 이란 합의는 원칙적으로 지정된 장소 이외의 장소를 사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합의의 다른 측면은 북핵 합의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다. 적어도 일시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합의는 전혀 실천되지 않았다.



 이란은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해 상당한 정도의 핵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벌어진 논란은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의 개수, 그리고 기술 수준을 두고 전개됐다. 이란 합의가 의미하는 것은 북한 또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유지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원자로를 계속 운영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례에서 가장 큰 차이는 양국의 국내 정치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란은 권위주의 국가다. 궁극적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종교 지도자들, 막강한 군부와 정보기관이 민간인 당국자들을 통제한다.



 하지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2013년 당선됐다는 사실이 이란이 북한보다 훨씬 다원주의적인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합의가 가져올 이익에 대해 내부적으로 공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처럼 합의에 도달했다고 자축하는 북한이나, 핵과 관련해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한다고 언론에서 공개 토론하는 북한은 상상할 수 없다. 북한은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자신이 바라는 핵개발 수준과 범위에 대해 밝힐 의사가 없다. 아예 협상 자체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궁극적으로 양쪽의 협상 과정이 서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회담 재개의 조건에 대해 합의점에 도달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찰의 대상이 될 자국 내 핵개발 활동을 동결하겠다는 용의가 어느 정도는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란 핵협상 결과는 미국 의회에서 정치적인 시련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비교하면 이란 핵협상은 최종 합의에 훨씬 더 가까이 근접해 있다. 이란과 북한 사례를 비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최대의 교훈은 이란과 달리 북한처럼 핵무기를 개발해 버리면 핵이라는 ‘정령’을 램프 속으로 다시 집어넣는 게 훨씬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교훈 때문에 미국은 더욱 이란 핵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매진하는 게 중요하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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