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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바쳐서라도 이름 지킬 것" … 전날 밤까지 변론 준비

중앙일보 2015.04.10 01:21 종합 2면 지면보기


9일 숨진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3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생명을 바쳐서라도 내 이름 석 자를 더럽히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천억원대 분식회계 등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는 전날인 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MB맨이 아니다. 어떻게 MB정부 피해자가 MB맨일 수 있겠나. ‘친박’을 ‘친이’로 몰아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 전 회장, 극단적 선택까지
어제 예정됐던 영장심사에 대비
변호사는 “별다른 기색 없었다”
새벽에 유서 남기고 형제봉으로
경찰, 휴대전화 추적하며 수색
1300명 동원, 수색견 ‘나로’가 발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성 전 회장은 9일 오전으로 잡힌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해 오병주 변호사 등과 변론 준비를 했다. 오 변호사는 9일 “전날 밤 10시30분까지 (성 전 회장과) 변론 관련 얘기를 나눴고 내 사무실이 법원 앞에 있어 아침 9시30분에 사무실에서 만나 같이 법원에 가기로 했었다”며 “어젯밤엔 전혀 (자살 관련) 기색이 없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8일 밤 평소에 자주 찾던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사우나에 들른 사실도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9일 오전 5시11분 유서를 남긴 채 청담동 자택을 나섰다. 본지가 입수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따르면 검은색 바지와 검은색 패딩점퍼를 입고 흰색 모자를 쓴 채였다. 성 전 회장은 걸어서 리베라호텔까지 이동한 후 택시를 잡아 타고 종로로 향했다.



 이날 종로06번 마을버스 블랙박스엔 오전 5시33분 북악매표소를 걸어서 지나가는 성 전 회장의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성 전 회장이 바로 형제봉 인근으로 이동해 목을 맬 장소를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 경남기업 임원 박준호씨는 “오전 6시30분~7시 사이 성 전 회장이 비서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두 명 다 받지 못했다. 이후 아침에 비서진이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전 8시40분 종로구 평창동에서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처음 잡혔다. 북한산 형제봉 능선, 신영동, 정토사 인근 등지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다시 감지됐다. 서울경찰청은 경찰력을 500명에서 1300여 명으로 증원해 대대적 수색에 나섰다.



 오후 3시32분 서울청 과학수사계 소속 수색견 ‘나로(사진)’가 나무 하나를 향해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형제봉 매표소로부터 300여m 떨어진 지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우측 상의 주머니에 폴더형 휴대전화 한 대가 들어 있었고 15m 떨어진 지점에 또 다른 폴더형 휴대전화가 떨어져 있었다. 시신 왼편엔 흰색 모자와 안경이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오후 5시쯤 북한산에 도착한 장남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유족들은 유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유서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소 근처에 묻어주고 장례 절차는 간소하게 하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유서에 정·관계 인사의 이름은 나오지 않으며 대부분 자녀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조혜경·김민관·백민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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