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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석연찮은 관광공사 사장의 중도 퇴임

중앙일보 2015.04.10 00:01 Week& 4면 지면보기
손민호 기자
변추석(58)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물러났다. 지난해 4월 4일 취임했으니 정확히 1년 만의 퇴장이다. 관광공사 사장이 취임 1년 안에 퇴임한 건 1990년 이후 두 번째다. 워낙 급작스런 일이라 관광공사는 물론이고 관광 업계도 술렁인다. 무엇보다 퇴임 과정이 석연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변 사장이 작년부터 건강 등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며 “올해 다시 사의를 전해와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반면에 변 전 사장은 지난 6일 퇴임식에서도 퇴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퇴임설이 처음 흘러나온 2주일 전부터 변 전 사장은 입을 다물었다.



여론은 문체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문체부와 갈등설이 가장 유력한데, 갈등설도 추측에 불과하다. 2주일쯤 전 문체부의 한 고위 간부는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하나만 확인해줄게요. 갈등설은 절대 아닙니다. 여기까지만.” 문체부 간부의 말에서 ‘그럼, 뭐가 남았겠느냐. 그건 언론이 취재할 일이다’는 속뜻이 읽혔다. 정말 뭐가 남아있을까.



성과 문제도 변 전 사장의 퇴임 사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변 전 사장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성과를 말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변 전 사장에게도 할 말은 있다.



하필이면 그는 지난해 4월 4일 취임했다. 취임 2주일도 안 돼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관광시장이 급속히 얼어 붙었고, 그는 5월 하순이 돼서야 언론에 처음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경영 이슈에 휘둘렸다. 관광공사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관광공사로서는 치명적인 악재였다. 연말에는 사옥 이전 문제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 1년은 변 전 사장에게도 바쁜 시간이었다.



변 전 사장은 지난 1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함께 올레길을 걸었다. “관광공사 사장이 아직 올레길을 걷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그는 업무보고 일정까지 조정해 제주도로 내려갔다. 제주도에서 그는 남은 임기 2년에 대해 말했다.



“할 일이 많습니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고요. 잘 부탁합니다.”



확신에 차 있던 그의 두 눈을 기억한다. 건강 문제로 수차례 사의를 밝혔다는 병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다음달 1일 관광주간이 시작한다. 관광주간은 이번 정부의 대표적인 국내관광 활성화 대책이다. 같은 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엑스포가 열린다. 밀라노에서 정부는 한국관을 설치해 전 세계에 한식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로서는 처음 주관하는 엑스포 행사여서 여느 국제행사보다 부담을 느끼는 형편이다. 다음달에는 청와대에서 제3차 관광진흥확대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관광산업은 박근혜 정부가 천명한 소위 ‘신 성장엔진’이다.



그러나 국내 관광산업은 다시 수장을 잃었다. 다음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관광공사 사장 자리는 최소 2개월, 길게는 6개월 비게 된다. 벌써 후임이 궁금하다. 또 낙하산이겠지만, 누가 이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변 전 사장이 물러난 진짜 이유도 드러날 것 같다. 변 전 사장도 한때는 ‘개국 공신’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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