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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입법, 낙하산 자리 만드는 통로였다

중앙일보 2015.04.08 02:26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이명수(충남 아산) 의원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의료지원법)’을 발의했다. 외국인에 대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이다. 이 의원은 7일 취재팀에 “정부 발의 법안은 야당에 두들겨 맞으니 의원입법으로 해야 공격이 덜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법안은 청부(請負)입법”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소관부처는 보건복지부. 정부입법안의 발의 절차는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국무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반면 의원입법은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만 받으면 바로 발의할 수 있다.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③ 청부입법 뒤 커넥션 있다
부처, 산하기구 필요 때 이용
정부입법보다 처리 빨라 선호
의원은 지역구 사업 배정 우대
입법·행정부 공공연한 거래

 청부입법 시 이 의원과 복지부엔 무슨 이득이 있을까.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의원은 “복지부가 공무원을 낙하산으로 내리꽂는 기구를 법으로 정할 수 있다”며 “정부가 협회 등 낙하산 기구를 만들어 세금으로 억대 연봉을 주고, 해당 의원은 지역사업 배정 때 우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법안엔 ‘정책심의위원회와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둔다’는 규정이 있다. 통과되면 복지부 장관은 위원회 임명권을 갖고 위원회는 부처 예산을 지원받는다.



 청부입법 가운데 의료지원법 같은 ‘○○○지원법안’의 경우 대개 자리·예산·민원의 대가가 따른다고 복수의 의원이 증언했다.



 취재팀이 만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 위원들 중 상당수는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안(클라우드법)’을 청부입법으로 지목했다. 2013년 말 정부안으로 클라우드법이 미방위에 제출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 서버에 모든 정보를 저장한 뒤 PC에서 내려받아 활용하는 기술이다. 기획재정부의 30개 중점처리법안 중 하나였다. 법안엔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 ‘협회를 설치해 예산을 지원한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야당은 “부처 낙하산 일자리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반대했다. 그러자 야당 미방위 간사인 우상호 의원실로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찾아왔다. 우 의원은 “윤 차관이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해 ‘협회 부분을 빼야 한다’고 했더니 윤 차관이 며칠 뒤 ‘지적한 부분을 수정했다’면서 다시 찾아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정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주체가 미래부에서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으로 바뀌었다. 김 의원의 법안엔 ‘협회’ 관련 항목이 삭제됐다. 대신 ‘미래부가 국토부에 클라우드 산업단지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새로 생겼다. 클라우드법은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미래부는 컴퓨터 산업단지를 공교롭게 김 의원의 지역구(부산 북-강서을)인 부산에 유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 의원은 “법안을 낼 때 정부와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지역에 클라우드 시범단지가 지정돼 이를 지원하기 위한 모법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청부입법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취재팀은 정부 중점처리법안으로 선정된 30개 법안 중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된 법안 10여 개에 대한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상당수가 청부입법이었으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부처엔 산하기구와 예산이, 의원 지역구엔 산하기구가 유치되는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증언이 많았다. 고려대 이내영(정치외교학) 교수는 “청부입법이 남용되면 손쉽게 예산을 받아 ‘낙하산 기구’를 만들고 의원들은 지역구 사업에 도움을 받는 거래가 생긴다” 고 우려했다.



◆특별취재팀=강민석(팀장) 강태화·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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