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죽을 줄 몰랐지 … 유병언법, 직을 걸고 막았어야 했다"

중앙일보 2015.04.07 01:45 종합 4면 지면보기
2014년 11월 6일 국회 법사위원회 1소위장.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② 무책임한 국민정서법
홍일표 법안소위원장의 고백
유씨 숨져 일가 재산 환수 못 해
여야, 세월호 매듭지으려 서둘러
김영란법도 똑같이 여론 편승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유병언법은 (유씨 사망으로) 실효성이 없어요. 법무부가 무리하게….”



 ▶새누리당 홍일표 소위원장=“죽을 줄 몰랐지.”



 ▶전 의원=“죽은 다음에는 특히 법리적으로 (법을 적용하기) 엄청 힘들어집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법리적 문제를 느끼고 있었지만 ‘유병언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유병언법’은 유씨에 대한 유죄판결문이 있어야 은닉재산을 추징할 수 있다. 그런데 유씨가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작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인 유씨가 차명으로 은닉한 재산에는 적용을 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5일 홍 의원에게 위헌 논란이 있는 법이 만들어진 이유를 물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서에 편승한 법이 아니었나.



 “세월호 사고가 나서 여야 원내대표(당시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가 합의해 법을 만들게 됐는데, 나는 그런 합의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왜 그런가.



 “유병언이 죽어 버리는 바람에 유병언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게 됐잖나. 더 이상 법률 제정의 실익이 없었다. (유씨 말고) 다른 이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법안이었다. 그런데도 유병언법을 제정해 세월호 사건을 매듭짓겠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거든.”



 -그런데 왜 통과시켰나.



 “원내대표 사이에 합의가 돼서다. 세월호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법을 만들기는 해야 되겠고, 그런데 여전히 법이 가지는 위험성은 있고….”



 -여론이나 국민정서에 쏠린 결과란 얘긴가.



 “그렇다. 김영란법도 똑같다.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으면 직을 걸고라도 막아 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운 일들이다.”



 국민정서를 담은 법 중 여론이 법에 특정인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주체’일 경우(오세훈법·김영란법 등), 둘째 ‘법의 징벌 대상’인 경우(전두환법·유병언법·조두순법 등), 셋째 ‘사건의 피해자’인 경우(최진실법 등)다.



 최근 10여 년간 인명법의 효시 격은 2004년 ‘오세훈법’이다. ‘김강자법’(2004년), ‘최진실법’(2009년) 외에 등장한 10여 건의 인명법안은 모두 2010년 이후다. 점점 국민정서에 몰린 입법이 잦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유병언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거라 당 지도부가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유병언법뿐 아니라 김영란법이나 오세훈법처럼 이상을 좇는 법이나 특정인의 처벌을 타깃으로 한 실명법은 항상 위헌 시비가 있어 솔직히 입법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는 ‘김부선법’ ‘신해철법’ ‘김우중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중 ‘김우중법’은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과잉입법’이라 반발하고 있다.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숨긴 재산에 대한 강제몰수와 추징권한을 공무원에서 일반인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라서다. 가수 신해철씨가 사망한 뒤에는 의료분쟁 때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등장했다.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환자 측이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병원 측의 동의 없이도 조정 절차가 시작되는 조항을 담았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법안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존인물이 아니라 가상인물인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이름을 딴 가칭 ‘장그래법’까지 추진되고 있다. 35세 이상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2년 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기간을 더 늘리는 건 개악”이라는 입장이다.



◆특별취재팀=강민석 부장, 강태화·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 기자 mska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