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가 지원하는 '서민전세자금' 가로챈 대출사기단 300여명 무더기 검거

중앙일보 2015.04.06 15:22
국가에서 지원하는 서민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챈 대출 사기단이 300여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은행의 대출심사와 대출금 회수제도가 허술하다는 점을 이용해 허위 서류를 만들어 대출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서민전세자금 대출사기단 총책 서모(51)씨와 부총책 최모(35)씨 등 123명을 사기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들과 공모해 대출 명의를 빌려준 가짜 임차인 한모(47)씨 등 15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 등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가짜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아 이들 명의로 금융기관에게서 220여차례에 걸쳐 160억여원의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민전세자금대출은 시중은행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근로자나 서민에게 전세보증금의 70~80%를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택신용보증기금을 재원으로 대출금의 90%를 보증한다. 검찰은 서씨 등이 대출 심사와 대출금 회수제도가 허술하다는 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대출금을 갚지 않더라도 기금에서 90%까지 보전하기 때문에 대출심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가짜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집해 전세계약서를 허위로 만들고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나눠가졌다. 실명이 확인되는 임차인과 임대인 외에는 ‘실장’ ‘부장’ 등의 호칭을 사용해 인적사항을 최대한 감췄고,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은행이 정상 대출이라고 착각하도록 1년간은 은행 이자를 대납하했다. 또 대출 과정에서 4대보험이 가입된 직장의 근로자로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임시로 유령회사를 차리고 이들 명의로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재직증명서 등 허위 서류를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총책인 서씨는 검찰 조사에서 “가로챈 대출금은 도박자금 등 유흥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 사기단의 범행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세제ㆍ예산 지원 정책이 왜곡됐고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며 “지난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신 갚아준 전세자금대출이 2068억원인 만큼 관련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