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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늘린 3조 … 그 뒤 숨은 사심예산은 거를 방법 없다

중앙일보 2015.04.06 01:06 종합 4면 지면보기
충청지역 한 국회의원은 “능력 있는 의원은 예산안 증액심사 과정뿐 아니라 정부안 편성 단계에서부터 각종 민원을 담은 예산을 끼워 넣는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2014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예산소위)에 소속됐던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의 증언이다.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① 사심예산의 비밀
2014년 국회 예산소위 위원 고백
위원 1000억, 여야 실세 200억 등
챙겨줘야할 예산, 룰로 정해져 있어
요즘 진짜 능력 있는 의원들은
삭감 못하게 정부안에 미리 반영



 - 쪽지 요청은 얼마나 들어오나.



 “ 몇몇 의원에게 ‘꼭 원하는 예산을 순위를 매겨 적어 달라’고 했다. 의원당 3~4개만 내라고 했는데 10개 넘게 보내오는 의원이 많더라. 지역예산 말고도 사방에서 요청이 왔다. 쪽지예산 리스트를 만드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 그걸 다 들어줄 수 있나.



 “엑셀(표 계산용 컴퓨터 프로그램) 작업으로 표를 만들다가 포기했을 정도다. 의원들 요청을 못 들어주면 항의가 들어온다. 전임 예산소위 위원들이 예산안이 통과되면 해외로 떠나는 이유를 알게 됐다. 항의를 피해 도망가는 거다.”



 - 쪽지 속에 개인의 사욕(私慾)이 담긴 건 어떻게 가려내나.



 “가려낼 수 없다. 한심한 사업이 많다. 하지만 쪽지예산을 받아 반영하는 사람은 그런 걸 판단하지도, 할 수도 없다. 그런 게 안타깝다.”



 쪽지예산이란 정부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예산소위 소속 의원에게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쪽지를 보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쪽지예산 중에는 꼭 필요한 지역·민원사업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쪽지예산 속에 국회의원 개인의 욕심이나 비리가 끼어들어도 그걸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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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예산안의 마지막 칼질을 담당하는 예산소위는 위원장 외에 여야 7명씩 14명으로 구성된다. 예산소위 위원 한 명이 반영할 수 있는 쪽지예산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소위에 참여했던 A 의원은 이렇게 고백했다.



 “소위 명단이 발표되자 나보다 앞서 예산소위를 했던 의원들이 ‘룰’을 전하더라. 소위 위원은 1000억원, 여야 실세는 200억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그 금액을 채우지 못할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결국 이것저것 다 반영해 간신히 800억원 가까이를 챙겼다. 난 많이 못한 편이다.”



 국회는 2015년 정부예산안 376조원 중 3조6000억원을 깎고 3조원을 늘려 375조4000억원의 예산안을 확정했다. 늘어난 3조원 속에 예산소위 위원들의 몫이 들어 있는 셈이다. A 의원의 말대로라면 14명의 소위 위원이 1000억원씩만 챙겨도 1조4000억원이다. JTBC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예산안에 없다가 국회 예산소위 단계에서 들어온 예산 항목을 더한 결과 2012년 이후 3년간 1조2067억원이었다. 실제 쪽지예산의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는 얘기다. 그 속에 동료 의원들의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포함돼 있지만 국회의원의 사적 이익과 관련된 게 숨겨져 있을 수밖에 없다.



 2013년 예산소위에 참여했던 한 야당 의원의 체험담이다.



 “소위 위원이 됐더니 예산관련 부처에서 먼저 ‘의원님이 필요하신 예산 리스트를 보내 주세요’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7개를 보냈더니 6개를 들어주겠다고 했다. 내 예산 민원을 들어줄 테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삭감을 최소화해 달라는 ‘거래성’이었다.”



 충청지역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취재팀에게 “상임위나 예결위 단계에서 쪽지예산을 넣는 건 뒤떨어진 방식이다. 최근 들어선 정말 능력 있는 의원들은 삭감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안에 미리 집어넣는다”고도 말했다. 예산소위 위원이나 ‘능력 있는 의원’들의 예산은 이미 정부안에 들어간 형태로 국회에 넘어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가 맡은 할당 예산들이 있다 보니 예산소위에선 ‘내 몫 챙기기’ 싸움이 치열하다.



 예산소위에 참여했던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은 “어떤 예산에 대해 질문을 하려 하면 이쪽저쪽에서 ‘우리 지역예산이다!’고 소리를 질러 토론 자체가 안 됐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국회 예산 심의 단계에선 쪽지예산 가운데 국회의원 개인의 ‘사심 예산’이 숨어 있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강민석 부장, 강태화·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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