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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 가문 증손자 "아들 연세대 보내고 싶어"

중앙일보 2015.04.06 00:34 종합 16면 지면보기
정갑영 연세대 총장(왼쪽)이 지난 2일 연세대 설립의 재정적 후원자인 존 토마스 언더우드의 3대손인 알렌 레이몬드(가운데)에게 대학 로고를 새긴 인형을 선물하고 있다. 오른쪽은 레이몬드의 아내. [사진 연세대]


미국 워싱턴에서 무역업계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알렌 레이몬드(48)가 지난 2일 연세대를 찾았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그를 반겼다. 레이몬드는 정 총장에게 “할머니로부터 얘기만 들었던 곳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방문한 대학은 외증조부가 100년 전 기부한 돈으로 설립됐다. 외증조부인 존 토마스 언더우드(1857~1937년)는 당시 큰 돈인 5만 달러(현재 가치로 5000억원 이상)를 동생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년) 선교사에게 기부했고, 동생 언더우드는 이 돈을 바탕으로 신촌 캠퍼스 땅 19만평(62만8100㎡)을 사 1915년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를 세웠다. 레이몬드는 이날 100년 전 증조부의 기부 현장을 구석구석 구경했다. 그런 다음 대학 방명록엔 “이날 방문은 내 인생에 가장 감명 깊은 일”이라고 적었다.

설립 자금 댄 토마스의 3대손 방한
“말로만 듣던 곳 오니 감명” 방명록



 레이몬드와 이 대학 사이의 관계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자신의 할머니(존 언더우드의 독녀)에게서 전해 들은 외증조부는 ‘언더우드 타이프라이터’란 회사를 운영하던 재벌이었다. 그는 “선교사였던 동생 언더우드가 한국 선교사로 오게될 때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동행하며 무사 귀환을 기원한 따뜻한 형이자 조선이란 낯선 땅에서 학교 설립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돈을 보낸 기부자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적 276호로 지정된 연세대 본관도 외증조부의 건축비 기부로 지어질 수 있었다. 그런 덕분에 존 언더우드 역시 이 대학의 설립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고 있다.



 레이몬드와 부인(엘리자베스), 아들(샘)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이몬드는 설립자 언더우드의 3대손인 피터 언더우드(60·한국명 원한석) 법인이사만 조용히 만나고 가려 했다. 그러다 현재 고교생인 아들 샘의 대학 입학 문제를 상담하러 학교를 찾았다. 그는 “항상 한국을 방문하고 싶던 차에 아들이 대학 입학을 앞두게 됐다. 아들에게 직접 대학을 보여주고 입학을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그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피터 언더우드에게서 전해 듣고 학교로 초청했다. 정 총장은 “설립자 언더우드는 대학을 짓고, 그 아들 언더우드는 이 땅에서 교육자로 봉사했으며, 그의 손자는 한국전쟁에 참전하는 등 대대로 한국에 봉사했다”며 “한 사람의 기부와 노력이 씨앗이 돼 100년 넘게 열매를 맺고 있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설립자 언더우드가 대학을 구상하며 직접 그린 ‘언더우드의 그림’을 복사해 레이몬드에게 보낼 계획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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