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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작품만 50점 수집 비결? 돈을 써야 할 때 쓴 것 뿐입니다

중앙일보 2015.04.06 00:06 종합 24면 지면보기
광주시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 등에 이어 지난해 12월 대구미술관에 자신이 수집한 예술작품 58점을 기증한 재일 한국인 컬렉터 하정웅(75)씨가 4일 대구미술관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하씨는 지난 30년 동안 국내 시·도립 미술관을 중심으로 1만여 점의 예술작품을 기증해 왔다. 곽인식·곽덕준·전화황 등 재일 작가와 박서보·김창열 등 국내 작가, 또 피카소·샤갈·달리·앤디 워홀 등 해외 거장의 작품들이다. 특히 국내에서 공부한 뒤 일본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이우환(작은 사진)의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재일 한국인 컬렉터 하정웅씨
남다른 안목 … 그림 실린 잡지 수집
유럽 진출 때도 지원, 인연 이어져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한일 문화교류에도 애쓰는 하정웅씨는 ‘기증의 아이콘’이다. [중앙포토]
 그는 이날 강연에서 이우환 작가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재일교포 2세인 하씨가 1980년 아틀리에를 만들어 미술을 지도하는 한편 작품을 수집할 때였다. 우연히 이우환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됐다. “이우환의 작품이 실린 미술잡지를 보게 됐는데,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확 다가왔어요.” 하씨는 잡지사에 연락해 500권을 구입해 주변에 나눠 주었다. 그리고 4년 뒤 이우환을 처음 만났는데 그 잡지를 찾고 있었다. 하씨는 1800엔짜리 잡지 20권을 내 주었다. 이 작가는 너무 고마워 자신의 작품을 한 점 주었다. ‘선으로부터’(1980)라는 10호짜리 그림이다. 현재 국제가격이 8억원쯤 한다. 그 뒤 도쿄에서 대규모 예술회의가 열린 뒤 이우환은 프랑스·독일 등 3개국으로부터 처음 유럽 전시 초대를 받는다. 유럽에 갈 돈이 없어 이 작가는 다시 하씨를 찾았다. 3개월 전시에 500만엔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하씨는 700만엔을 후원했다. 그때부터 이우환은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하씨는 이 작가의 작품만 전 생애에 걸쳐 50점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씨는 “돈은 써야 하는 자리가 있는 것 같다”며 “다 같이 행복해지려고 작품을 나눈다”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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