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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왜 재해에 취약한 침엽수에 매달리나

중앙일보 2015.04.06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식목일인 5일 국회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소나무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무, 즉 국목(國木)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관련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무궁화가 국화인 것처럼 지조와 절개, 충절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국목으로 지정한다면 국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인의 소나무 사랑은 유난스러울 정도다. 우리 조상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매달았고, 평생 소나무 목재로 지은 집에서 살았고, 죽으면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묻혔다. 그런 때문인지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23%를 차지한다.



 문제는 소나무 숲을 비롯한 침엽수림이 재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소나무와 일본잎갈나무·잣나무·전나무·리기다소나무 등을 포함하면 침엽수림은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41%를 차지한다. 나머지 침엽-활엽수 혼합림이 29%, 활엽수림이 27%, 대나무숲이 3%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도 “불이 잘 붙는 송진 등으로 인해 대형 산불의 90% 이상이 침엽수림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침엽수림은 뿌리가 얕아 바람이나 집중호우에 잘 쓰러지고 산사태에 취약하다. 재선충·솔잎혹파리 같은 산림병해충에도 약하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남한 지역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수자원 저장 능력이 15% 적고, 온실가스 흡수 능력도 30% 떨어진다. 이 때문에 침엽수보다 활엽수를 훨씬 더 많이 심어야 한다는 게 산림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매년 심는 나무의 절반은 침엽수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윤여창 교수는 “활엽수 묘목을 기르는 기술이 뒤처져 있고 목재를 거래하는 목상(木商)들이 이득을 빨리 볼 수 있는 침엽수를 기르도록 산주(山主)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활엽수는 70~100년을 보고 길러야 하지만 침엽수는 50~60년이면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조림사업 지원정책에서 활엽수림을 우대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전체 면적의 68%에 달하는 사유림에서 활엽수를 기르도록 하는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청와대 경내 녹지원에서 무궁화를 심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적으로도 산림녹화가 성공한 것은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노력하니까 이뤄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 사례인 건 맞다. 이제는 심는 데 급급할 게 아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어 국토를 더욱 건강하게 가꿀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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