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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남북한의 티격태격은 난센스"

중앙일보 2015.04.06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은 한때 남한의 경쟁자였다. 남한은 60~70년대 북한을 이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았다. 다시는 이 땅에 6·25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남한은 경제력에서 북한보다 뒤떨어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결과 남한은 70년대 중반부터 북한을 추월했다. 북한은 제1, 2차 오일쇼크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성장동력을 잃었다.



 지금은 북한이 남한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만 보더라도 남한이 2870만원으로 북한(138만원)보다 21배나 앞선다. 이미 경쟁은 끝났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남한에 지지 않으려고 한다. 남한도 북한을 이기려고 한다. 중국과 대만이 보란 듯이 사이 좋게 지내는데도 말이다. 많은 외국인은 아직도 다투는 남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시카고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크리스 스탬프(47)는 “공룡 같은 미국이 개미 같은 북한과 싸우는 것이 참 우습듯이 하마 같은 한국이 북한과 티격태격하는 것도 난센스”라며 어깨를 들썩였다.



 최근 남북한이 티격태격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개성공단의 임금 인상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월 최저임금을 임금상한선인 5%를 넘겨 5.18%로 올려 달라고 통보했다. 문제는 그 차이인 0.18%에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135원 정도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쩨쩨한 게임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북한의 약속불이행이다. 개성공업지구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남북공동위원회가 협의로 해결하고 인상률 상한선도 5%로 제한하도록 규정했다. 북한은 이 두 가지를 어겼다. 판을 엎으려면 더 높은 인상률을 제시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남한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남한의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 문제다. OSJD는 중국·러시아·북한을 비롯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27개국의 철도협력기구다. 한국은 현재 제휴회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사업을 구체화하려면 OSJD에 정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OSJD에 정회원이 되려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되는데 문제는 북한의 동의 여부다. OSJD 측은 2003년부터 규정에 따라 남북 간의 합의 후 가입 신청할 것을 제의했다. 그런데 차질이 생겼다. 북한이 오는 5월 27~29일 서울에서 열리는 ‘OSJD 사장단회의 및 제10차 국제철도물류회의’에 불참을 통보했다. 가입 여부는 오는 6월 몽골에서 열리는 OSJD 장관회의에서 최종 결정되지만 북한을 설득할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는 마지막까지 북한을 설득하려고 한다. 북한이 남한의 설득을 받아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번에는 남한이 이겨야 되는 상황이다.



 요즘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남북한이 지고 이기는 게임을 할 때가 아니다. 중국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공생을 모색해야 할 때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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