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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눈치나 보면서 뒷북치는 감사원

중앙일보 2015.04.06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감사원이 3일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가 2003년 이후 벌인 31조원 규모의 116개 해외 자원 사업에 대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3개 공기업의 해외 투자는 노무현 정부 때 3조3000억원에서 이명박 정부 때 27조원으로 8배나 늘었다. 사정기관의 칼날이 전 정권 인사들에게 향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가 권력 실세들의 개입과 묻지마 식 투자로 대형사고를 낼 우려가 컸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문제는 당시엔 팔짱만 끼고 있던 감사원이 왜 돌연 뒷북을 치고 나왔느냐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가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2009년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정유공장을 비싸게 사들여 1조3371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정부에 3000억원의 배상소송을 걸라고 통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런 의혹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감사원은 “국내 공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켰다”고 오히려 석유공사 손을 들어줬다. 자회사 인수에 대해서도 “지식경제부의 방침을 받아 처리한 것”이라며 넘어갔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고 자원외교가 도마에 오르자 태도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4대강 사업을 놓고 이명박 정부 시절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총체적으로 부실한 사업”이라고 말을 바꾼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밖에도 이번 감사에선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주도한 이상득 전 의원·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무리하게 개입한 정황은 없었는지 밝혀내는 게 감사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에서 이런 내용은 쏙 빠졌다. 감사원은 또 회수가 불투명한 투자액 가운데 가스공사의 이라크 서부 아카스 사업(3조원)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IS(이슬람국가) 사태로 이라크 신규투자를 동결한 상태라고 한다. 감사원이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부풀렸다면 안 될 말이다.



 감사원이 지난주 70여 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들어간 것도 석연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지방재정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달 12일 ‘부패와의 전쟁’ 담화를 발표한 직후 감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감사 대상엔 박원순 서울시장·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야당 인사들도 많다. 정권 입맛에 맞춘 ‘표적감사’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최고 감사 기관이고, 상시(常時) 감사 기관이다. 3개 공기업이 날린 돈은 감사원이 전 정권 시절 지금처럼만 눈을 부릅뜨고 감시했다면 액수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감사원이 권력과 시류의 눈치를 보며 뒷북 감사를 하는 대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할 때 정부도, 공기업도, 대한민국도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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