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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경박한 처신

중앙일보 2015.04.06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노무현 정권의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씨가 송사(訟事)에 휘말렸다. 그는 2년 전부터 골프대학을 운영하는 학교재단의 감사와 그 대학의 총장대리를 지냈다. 그는 올해 학교 소유주 측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재단 측은 그를 사기·명예훼손·횡령 등으로 맞고소했다. 김씨는 소유주가 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한다. 재단 측은 김씨가 전직 국정원 간부들을 고용하고 과다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비난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상관없이 공익적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건 김씨의 처신이다. 김씨는 역대 국정원장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일을 담당한 인물이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정원 내에 설치된 ‘과거사건 진상규명 발전위원회’의 간사를 지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담당 차장과 원장으로 승진했다. 원장 재임 시에는 2007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두 차례 북한에 가서 남북정상회담을 교섭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이자 국가안보 중추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장을 지냈으면 퇴임 후에도 자신의 노출과 품격을 적절히 관리하는 신중함을 지녀야 한다. 선진국의 정보기관장들에게는 일종의 도덕적 의무로 이런 처신이 요구된다. 영국의 해외담당 정보기관 MI6의 기관장은 재임 중에도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 퇴임 후에는 대개 조용한 지역에서 은둔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너무 엄격한 제한은 어려울 것이다. 전직 정보기관장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유는 ‘신중한 노출’이라는 의무 속에 있어야 한다. 김씨는 재임 중에도 경박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한국의 선교단이 납치됐다. 한국은 돈을 지불하고 인질을 빼내야 했다. 이런 식의 구출은 그리 자랑할 게 못 된다. 그런데도 당시 김만복 원장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가 웃는 얼굴로 홍보 사진을 찍었다. 국정원은 원장을 칭송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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