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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기자의 신통한 강남] 대학 중간고사 앞두고 신문 열공 이유는…

중앙일보 2015.04.05 13:52



신문 '안 읽는' 20대를 위해②

'경제 이론을 활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 1면 기사를 분석하시오.



'유명 증권·컨설팅사의 입사시험이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졸업한 캐나다 대학의 '미시경제학' 강의에서 출제된 중간고사 문제이지요. 졸업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당시 분위기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이 강의의 중간·기말고사는 조금 독특했어요. 너댓 개의 서술식 문제 중에 마지막은 항상 신문기사가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나온 경제기사였답니다. 금리 인상, 인수합병(M&A) 등 경제현안을 다뤘지요.



 시험은 총 50분 동안 치러집니다. 한 문제를 푸는데 약 10분이 소요됐지요. 그런데 기사부터 읽어내려가야 하는 마지막 문제는 상당히 시간이 빠듯했어요. 평소 신문 읽는 훈련이 안 돼있다면, 답안을 적기도 전에 시험이 끝나는 일도 생기죠. 고급 영어에 익숙치 않은 일부 아시아계 학생들은 조교에게 항의를 했지요. 대개는 "그럼 신문부터 읽어"(Well, start to read newspaper)란 답변이 돌아왔답니다. 그래서인지 첫 시험 이후엔 학생들은 교과서와 함께 신문을 끼고 강의실에 나왔지요.



 한국 대학은 어떤 분위기일까요. 교수들이 출제하는 시험 문제는 주로 교재나 논문에서 나옵니다. 신문에서 얻는 정보는 대개 '필요 이상의' 지식으로 간주되지요. 한국 한 대학의 정치외교학과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당시 기억입니다. 당시 신문기자를 꿈꾸던 저는 동아시아 외교 등의 과목을 들으면서 중앙일보의 정치·외교면을 연계해 공부하곤 했어요. 이론을 현실로 연결해 공부하려는, 캐나다 대학에서의 습관 대로였지요. 그래서 답안지에 강의에서 배운 내용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시사 지식을 써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점수를 '더' 따진 못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당시 조교가 "채점하는 교수님 입장에선 '부차적인' 정보일 뿐"이라며 핀잔을 줬던 것 같습니다.



 요즘 대학 모습은 어떨까요. 많지는 않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강의에 신문기사를 활용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지난 2010년부터 언론재단은 매년 30여개 대학을 선정해 대학당 600만원을 지급하는데요. 대개는 연구개발비와 강사료로 나간답니다. 신청하는 대학도 부쩍 늘어 올해는 40여개 대학이 참여한다고 하네요. 경쟁률은 3대 1 정도라고 합니다.



 지원을 받은 대학이 신문을 강의에 활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해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가톨릭대는 '신문으로 다문화사회 읽기'란 강의를 통해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기사를 수시로 학생들에게 보여줍니다. 중·고교에서 학생에게 신문기사 읽는 법을 알려주는 '신문활용교육'(NIE)의 연장선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의 '범죄통계론', 영남대 군사학과의 '군사학' 강의에서는 범죄와 안보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분석에 쓴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최중배 읽기문화팀 차장은 "신문을 활용코자 아예 관련 강의를 새로 개설하는 대학도 있다"고 전합니다. 물론 지원금 인센티브 탓도 있겠지만, 종이 신문에 익숙치 않은 요즘 대학생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니 반가운 일이지요.



 온갖 정보가 범람하는 스마트폰 시대에 종이신문을 통한 '고급정보'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퇴근 길에 신문기사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강남통신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조진형 기자의 신통한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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