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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物之不齐<물지불제>

중앙선데이 2015.04.05 03:07 421호 27면 지면보기
중국인들은 현실 문제를 처리할 때 종종 고전에서 지혜를 구한다. 약 4000년 역사를 가진 한자(漢字)는 그 매개다. 정치인들의 연설에서 고전 명구(名句)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 달 29일 보아오(博鰲)포럼에서 한 연설을 보자.

그는 역사 인식을 강조하면서 ‘감왕지래(監往知來)’라는 성어를 인용했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 ‘과거를 살펴야 미래를 알 수 있다’라는 뜻이다. 일본에 해주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아시아의 화합을 얘기할 때는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썼다. 병서 『손자(孫子)』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무릇 오(吳)나라와 월(越)나라가 서로 미워하고 있지만,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同舟共濟)사이이다. 폭풍을 만나면 오른손과 왼손이 돕듯, 서로 도와야 한다”고 했다. 각국은 그러면서도 경쟁을 벌인다. 시 주석은 그 모습을 ‘천범경발(千帆竞发) 백가쟁류(百舸争流)’라고 했다. 마치 수 천 척 배가 동시에 다퉈 출발하고, 수 백 척 배가 앞다퉈 흘러가는 모습이다. ‘백화제방(百花齊放), 백가쟁명(百家爭鳴)’과 같은 맥락이다.

시진핑은 아시아 각국이 “운명(중국어로는 命運)공동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상황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를 ‘대하유수소하만(大河有水小河滿), 소하유수대하만(小河有水大河滿)’이라고 표현했다. ‘큰 강에 물이 차야 작은 하천에 물이 고이고, 작은 하천에 물이 차야 큰 강에 물이 가득하게 된다’는 뜻이다. 원래 ‘큰 강에 물이 차면 작은 하천에 물이 고이고, 큰 강에 물이 적으면 작은 하천은 마른다(大河無水小河干)’는 말이었는데, 뒷부분을 바꾼 것이다.

시진핑은 그러면서도 『맹자(孟子)』를 인용해 각국 고유의 특색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릇 사물은 다 같지 않다. 그게 사물의 본질이다(夫物之不齐, 物之情也)”는 얘기였다. 『맹자』의 ‘등문공(滕文公)’편에 나오는 이 구절은 “물건의 가치는 서로 달라 수 십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를 동일시한다면 천하에 큰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는 말로 이어진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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