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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의원 정수 줄여라” vs 학계선 “대표성 위해 늘려야”

중앙선데이 2015.04.05 00:18 421호 4면 지면보기
지난 2월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지역구 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비율 200 대 100 조정안은 현재의 의원 정수(300명)가 적합한 규모냐 아니냐 하는 논쟁을 촉발시켰다. 정치개혁 현안 중 하나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직능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비례 의석 증가가 불가피한데 의원 정수를 그대로 놔둔 채라면 현 지역구 의석(246석)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법권을 가진 현역 의원이 이를 수용할 리 만무하다.

그러자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의석 수를 300석에서 360석으로 늘리는 안을 내놨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일 “어떤 정치개혁 현안도 다 의석 확대 문제에 부닥친다”며 “의원 특권을 축소하면 국민도 정수 확대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 국회의원 한 명당 국민 16만 명을 대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인당 9만 명 수준)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그만큼 한국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의원 정수 500명을 제안한 ‘혁신더하기연구소’의 강남훈(한신대 교수) 소장은 “지역구 250명에 비례대표 250명을 선출해야 전문성과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상당하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2일 “정치 시스템의 효율성이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이 선진국과 다른 상황에서 인구 대비 의원수만 강조하는 건 아전인수”라며 “의원 스스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정수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개혁특위에서도 야당 위원들은 의석 확대에 긍정적인 반면 새누리당 위원들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현실론을 들어 반대가 많았다. 국민 반응은 더욱 냉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의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67.9%가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늘려야 한다’는 5.5%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의석 감소가 오히려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강화시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의사·변호사 등 어떤 집단이 특권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그 수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의원수가 늘면 개별 의원의 특권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수가 늘어나는 만큼 의원들 간의 의정활동 경쟁도 심화되고 그만큼 행정부에 대한 감시도 강화돼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의석 수에 대한 학계 의견은 324석(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에서 572석(김재한 한림대 교수)까지 다양하지만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의원수를 늘리게 되더라도 의원들의 과도한 연봉과 특권은 제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20개국 의원 연봉을 해당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결과 2012년 기준 한국 의원의 연봉은 1억3800만원, 1인당 GDP의 5.27배다. 일본(5.66)과 이탈리아(5.47) 다음으로 고액이다. 서구 선진국 대부분은 1.5~3배에 머문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의석수를 늘리는 대신 세비 등 의원에게 들이는 총 예산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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